[대선도 MZ스럽게] “손등 투표 인증은 올드해”…애착 캐릭터에 도장 꾹

젊은층 사이에서 투표 인증샷 문화 새 바람
캐릭터·응원구단 이미지 활용해 인증
2030 투표율 제고 영향 미칠지 주목

록 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을 드러낸 투표 인증용지. SNS캡처

 

 서울 당산동에 거주하는 최 모씨(28)는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제21에 대통령 선거 본투표에 참여할 생각에 들떠있다. 최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LG트윈스의 봉제 인형을 들고 집 근처에 위치한 투표소를 찾은 후 ‘투표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게재할 예정이다. 그는 “트윈스 인형의 손에 포스트잇을 붙여서 마치 인형이 투표를 완료한 것 같은 느낌으로 인증샷을 찍은 후 SNS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벌써부터 ‘핵인싸(무리와 잘 지내는 사람과 핵처럼 위력있는 사람을 합친 것으로 매우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가 된 느낌이다.

 

 대선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투표 인증샷 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표소 안에서 손등에 도장을 찍는 건 옛일. MZ세대 유권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연예인 또는 스포츠구단 등 여러 소재를 활용해 투표를 인증하는 사진을 찍고 이를 공유한다. 이른바 ‘덕질’을 통해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뽐내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가 과거 정치에 무관심했던 세대로 분류됐던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인스타그램·페이스북·X(엑스) 등 주요 SNS엔 투표 인증샷 관련 이미지가 크게 늘었다. 제21대 대선 투표일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 그대로 반영됐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h*******’는 ‘야구팬 전용 투표 인증용지 ver.2’란 제목으로 프로야구 구단 기아, 두산, 롯데, 삼성을 응원하는 네 장의 인증용지를 공유했다. 엑스 이용자 ‘t*************’는 록 음악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투표 인증용지를 게재하기도 했다. 

주요 프로야구단을 상징하는 동물을 활용한 투표 인증용지

 

 

 이미 재외 투표를 마친 이들 중 자신이 만든 용지를 활용한 투표 인증샷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다른 엑스 이용자 ‘J************’는 일본 오사카에서 재외투표 후 자신이 직접 그린 캐릭터 이미지에 투표를 인증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행위는 금지되지만, 투표소 외부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행위는 가능하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29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 및 다음달 3일 본투표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투표를 인증할지 고민 중이라는 게시글이 적잖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칫 딱딱하고 번거로운 절차로 여기기 쉬운 투표라는 권리 행사를 색다른 경험으로 즐기려는 행위로 풀이된다. 투표를 유쾌한 놀이문화로 즐기려는 트렌드가 젊은층 유권자의 투표율을 올리는 효과를 낼지도 관심을 끈다. 인증 문화에 동참하기 위해서라도 투표에 참석하겠다는 이들이 늘 수 있어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총람’에 따르면 2022년 실시된 제20대 대선의 투표율은 77.1%로 집계됐다. 20대 및 30대에 해당 하는 사회초년층의 투표율은 각각 71.0%, 70.7%로 가장 낮았다.

 

 한편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는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길 경우 해당 법 제256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투표 인증 시 유의점을 알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영상.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캡처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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