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적금을 붓고 있어요.”
30대 후반 회사원 권모 씨는 최근 결혼관이 바뀌었다.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연애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그는 “이전에는 굳이 결혼을 해야 할까라는 입장이었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동년배들이 실제 결혼까지 하는 경우를 보니 조바심이 들더라.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결혼은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혼자 중 결혼을 희망하는 이가 최근 3년 사이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숫자가 줄었지만,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제 혼인이 늘면 향후 저출생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2024년도 가족과출산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 전(1.03명)보다 0.18명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19∼49세 성인(미혼 포함)과 그 배우자 1만4372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아울러 사실혼을 포함해 결혼 경험이 있는 19∼49세 여성이 결혼 당시 계획한 평균 자녀 수는 1.75명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21년(1.93명)보다 줄었다. 계획 자녀 수는 2명(63.6%), 1명(22.3%), 3명(6.7%), 0명(6.1%), 4명 이상(1.2%) 순으로 많았다.
그래도 반등의 기대감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결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62.2%로, 2021년(50.8%)과 비교해 11.4%포인트 올랐다. ‘결혼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19.4%)와 ‘결혼 생각이 없다’(6.7%)는 응답률도 3년 전(각각 23.9%, 11.9%)보다 줄었다.
또한 배우자가 없는 이들 중 출산 계획이 있다는 응답률은 63.2%, 계획 자녀 수는 1.54명이었다. 배우자가 있는 이들의 출산 계획(18.0%)과 계획 자녀 수(1.25명)와 비교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혼자들 중 결혼 의향이 있는 사람이 늘고, 출산 계획이 있다는 응답률도 높아 향후 출생아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연구진은 미혼자의 결혼 의향이 오른 것에 관해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떨어졌던 결혼 의향이 이전 상태로 돌아온 것인지, 실제 증가 추세로 전환된 것인지는 추후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 기혼자는 사랑(81.9%), 동반자 관계(81.8%), 경제적 안정(53.2%), 가족·사회의 기대 충족(45.1%) 순으로 나타났고, 결혼 의향이 있는 비혼자는 동반자 관계(82.4%), 사랑(78.5%), 경제적 안정(69.8%), 가족·사회의 기대 충족(44.2%) 순으로 선택했다. 현재 혼인 상태인 이들보다 사랑은 더 적게, 경제적 안정은 더 많이 고려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근소한 차이지만, 사랑의 실현과 완성보다 동반자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더 높이 평가하는 점, 경제적 안정이라는 실리적 측면을 강조한 점은 미래의 결혼이 현재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선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결혼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삶에 만족하기 때문’(58.4%)이라고 답했다. ‘돈이 없어서’(11.4%), ‘적합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해서’(10.2%)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성별을 나눠서 보면 현재 삶에 만족해서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여성(63.4%)이 남성(53.9%)보다 높았고, 돈이 없어서라는 응답은 남성(17.0%)이 여성(10.9%)보다 높았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