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밀어붙였던 자동차 및 부품 관세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고율 관세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고자 완성차에 다른 관세가 중복으로 부과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완성차에 부과한 25% 관세 외에 철강·알루미늄 등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가 중복으로 부과되지 않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 부품에 예정됐던 25% 관세도 조정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인 30일 미국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미시간주를 방문하기에 앞서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철강·알루미늄 등에 부과된 다른 관세를 추가로 납부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조치는 소급 적용될 예정으로, 이미 납부한 관세에 대해선 환급 조치할 예정이다.
또 1년간 미국산 자동차 가치의 최대 3.75%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WSJ은 전했다. 2년 차엔 환급 비율이 차량 가치의 2.75%로, 이후 점차 폐지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초강경으로 일관해 온 자동차 관세정책에서 다소 후퇴한 건 자동차 고율 관세로 생산과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자동차 업계와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완성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엔진 등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해서는 5월 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공급망 재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관세 조치 완화를 지속해서 요청했다.
트럼프 참모들의 전방위적 설득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많은 행정부의 관리들이 트럼프의 공격적인 전면 관세 부과 주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백악관 내부에서는 참모들이 매일 트럼프의 세계관을 부드럽게 바꾸려고 애쓰고 아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부품업체들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비중도 36.5%로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록 이번 완화 조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복 관세 폐지와 자동차 부품 관세에 대한 환급에 국한되긴 했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와 시장의 반발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고율 관세 부과를 앞뒀던 국내 부품업체들이 현지 시장에서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