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숙원사업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결제 리스크 우려 목소리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드업계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의 영향으로 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다만 관련 법 개정, 결제 리스크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과 각 카드사 대표들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지급결제 전용계좌 허용을 요청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는 카드사가 직접 발행하는 계좌다. 소비자들은 삼성카드 통장, 신한카드 통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지급결제 전용계좌가 허용되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대금 결제가 가능하다.

 

카드업계는 과거에도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을 건의한 바 있다. 202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도입을 요청했으나 한국은행과 은행권의 반대에 부딪혔다.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로 파산하면서 제도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23년에 은행들이 과점 상태라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 관련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된 적이 있다”면서 “카드 전용계좌를 허용하면 경쟁 촉진과 함께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휴일에 자금 집행이 되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가 계속 인하되면서 먹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카드사들이 할 수 있는 방향이 카드론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허용하기 위해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편입해야 한다. 법 개정이 필요하므로 정치권에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은행법상 건전성 규제에서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은행들은 계좌 개설이 은행 고유의 업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카드사에 동일한 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SVB 사태처럼 뱅크런 위기가 발생했을 때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가 지급 결제 업무에 참여하려면 결제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데 이는 은행처럼 수신 업무를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예금과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 금융결제원의 전자금융공동망 같은 결제망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잘 갖춰져 있고 앞서있는 지급결제 시스템이다. 다만, 차액 결제하는 시스템이라 리스크를 수반한다. 이런 결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 참가 기관들이 담보를 미리 쌓아놓고 문제가 생기면 담보를 파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큰 위기가 발생하면 이런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카드사는 한국은행법상 한은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논의를 시작으로 우려로 지적된 결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 관계자는 “지급결제 분야가 최근 경쟁과 혁신이 가속화하는 분야지만 무작정 참가 기관을 늘리다 보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국회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루는 것이 먼저다. 이후 법 개정과 함께 리스크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카드사는 여신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존 체계가 있는데 지급결제 전용계좌를 도입하게 되면 금융 산업의 체계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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