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자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들이 제시하는 자진시정 방안이 타당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절차를 개시할 지 결정할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의 질의에 “지난 11일 두 회사가 동의의결 신청을 해와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심의 대상인 사업자가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해 공정위의 인정을 받으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다. 민·형사 사건에서의 합의와 유사하다.
두 회사는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도록 최혜 대우를 입점업체에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무료배달 표현이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혐의 등도 있다.
김남근 의원은 “자영업자(입점업체)와 수수료 인하·불공정 문제에 성실히 협의하던 두 회사가 동의의결 협의를 시작하니까 소극적으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회복과 관련한 시정방안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 요구가 어느 정도 충족이 돼야만 동의의결을 할 수 있다”며 “아직 개시한 게 아니며, 절차를 충분히 거쳐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배민·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은 절차의 첫 번째 단계다. 공정위는 이후 위원회의 심의로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잠정 자진시정안(동의의결안)이 작성되고, 이에 대한 이해관계인·관계기관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 이를 반영한 최종동의안이 다시 위원회에 상정돼 인용돼야 비로소 동의의결이 성립된다.
일부 자영업자 단체는 공정위가 배달앱 운영사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자영업자 단체인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앱이 신고 당사자인 자영업자와 사회적 대화기구 및 상생협의를 위한 대화를 진행 중에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제재를 피하려고 시도했다”며 “공정위가 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동의의결을 기각하고 엄중히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민과 쿠팡이츠가 그동안 보여온 최혜대우 요구와 수수료 전가 등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태를 고려하면, 이번 동의의결 신청이 실질적인 시정 의지에 기반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규제를 회피하려는 면죄부용 꼼수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