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2300만명인데 유심은 100만개?”…무료 교체 첫날 현장 대혼란

마스크 대란 방불케 하는 유심 대란
대리점 오픈 전 번호표 배부 마감
가입자 수 대비 터무니없는 물량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28일 서울 시내 한 직영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마스크 대란 때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네요.”

 

 SK텔레콤이 공식적으로 유심 무료 교체를 시작한 28일 전국 곳곳의 대리점은 불안감을 품고 방문한 가입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리점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30분 앞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SKT 대리점을 방문하자 이미 10명 안팎의 대기자들이 줄을 선 모습이었다. 건너편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위해 뛰는 모습도 연출됐다. 시간이 몇 분 지나니 기자의 뒤로도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 한 시민은 “근처에 있는 다른 직영점을 갔는데, 그곳은 대기하는 사람이 이보다 3배는 더 많았다”며 “오전 8시부터 대기한 사람도 있다더라”고 말했다.

 

 SKT는 유심 무료 교체 첫날 가입자들이 일시에 몰릴 것을 우려해 전날 오후 6시가 넘어 대고객 발표문을 내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안감을 덜기 위해 유심 교체 서비스도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확보한 유심 물량이 100만개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SKT 가입자는 2300만명이 넘는다. SKT는 현장 교체와 더불어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오픈하겠다고 공지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전달하지 않았다.

 

 SKT의 허술한 공지에 현장에서는 “오늘 줄을 서도 사전 예약을 못하면 못 받는 것이냐” “직영점에서만 유심을 교체할 수 있는 거냐” 등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이때 T월드 앱을 실행해 사전 예약 신청란에 들어가자 대기 인원이 2만명이 넘는다는 안내가 떴다. 이후 대기 인원은 최대 9만명까지 숫자가 불어났다. SKT는 예약 신청을 한 가입자들에게 순차적으로 교체 확정 날짜를 전달하고 있는데, 이 시점이 언제일지는 기약할 수 없다.

 

서울 강남구의 한 SK텔레콤 매장에 대고객 사과문과 유심 보유물량 안내가 붙어있다. 사진=이화연 기자

 이날 대리점 오픈 시간이 임박하자 정문에 금일 준비 물량이 90개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대리점 직원은 번호표를 배부하기 시작했고, 오픈하기도 전에 90장 배부가 끝났다. 번호표를 배부하던 시점에는 놀이공원처럼 줄이 한바퀴를 돌아 100m 넘게 늘어 있었다. 대리점 직원은 번호표를 받았다면 이날 중으로만 방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음날 들어올 물량이 몇 개일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 시민이 이 직원에게 “지금 예약하면 언제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냐”고 묻자 “5월 중으로는 가능하실 것”이라며 “유심보호서비스도 교체와 같은 효과가 있다. 일단 신청하고 예약을 기다리셔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SKT를 10년 이상 사용했다는 한 시민은 기자에게 “SKT가 하도 알림을 주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현장으로 달려왔다”며 “이미 유심보호서비스를 신청했지만, 더 이상 SKT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번호표를 받았지만, 나중에 말이 바뀔까 두려워 지금 줄을 선 김에 교체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일부 고성도 오갔다. 대리점 직원이 “유심 사전 예약 확정 문자를 받았다면 먼저 들어오시라”고 말하자, 대기하던 시민은 “앞에 줄 선 사람들은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직원은 “미리 신청을 해서 확보한 물량이기 때문에 오늘 제공하는 90개와는 별개”라며 가입자를 달랬다.

 

 또 다른 가입자는 “아침부터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마스크 대란 때와 뭐가 다른 지 모르겠다”며 황당한 기색을 나타냈다.

 

 특히 답답함을 호소하는 중장년층이 많았다. 한 60대 여성은 기자에게 “근처에서 일하다가 오전 10시 오픈에 맞춰서 왔더니 이미 줄이 너무 길어서 대기 번호도 못 받았다”며 “번호표는 몇시까지 와야 받을 수 있냐, 온라인 예약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오전 9시 30분까지는 도착해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니 예약을 도와드리겠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늙은 사람은 무식해서 이런 거 잘 못해. 너무 고마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28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직영점에서 시민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SKT는 지난 18일 해커에 의한 악성 코드로 유심 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이날부터 전국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서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진행했다. SKT는 현재 약 100만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 달 말까지 약 500만개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물량 부족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는 전날 SKT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돼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가입자 수는 2만명을 넘었다.

 

 SKT 관계자는 “사이버 침해 사고로 인해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회사는 가입자 우려를 해소하고 이번 사고가 조기에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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