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A씨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친구들과 인도네시아 발리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5월6일이 대체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다음달 2일 단 하루만 연차를 내고도 엿새의 휴일이 완성됐다. 첫 주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주말(3∼4일), 어린이날·석가탄신일(5일), 대체공휴일(6일)이 이어진다.
여행업계는 즐거운 비명이다. 일찌감치 장기 연휴가 확정되면서 주요 여행상품들이 빠르게 매진됐다. 하나투어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출발하는 해외여행 예약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증가했다고 27일 밝혔다. 예약 비중은 동남아가 37%, 중국(26%), 일본(22%) 순으로 많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가족이 모여야 하는 명절이 아닌 일반 황금연휴를 오랜만에 맞이하면서 여행 수요가 늘었다”면서 “특히 중·단거리 여행 비중이 기존보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외의 여행사들도 같은 기간 패키지 해외여행 예약 비중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42%까지 증가했다. 연휴 후반부에 출발하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주요 여행지 여행 상품은 빠르게 소진된 상황이다.

하지만 연휴가 반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의 광화문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연휴 기간에 오히려 평소보다 매출이 줄어든다며 하소연한다. 주로 회사원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 보니 주말 장사는 강제 휴업에 들어가는 게 최근 장사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황금연휴를 앞두고 일주일 가까이 문을 닫아야 하나 고심이다. 회사원들이 엿새 가까이 출근을 하지 않으니 주변 상권 역시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또한 연휴기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명절 연휴에는 제수상에 오르는 각종 음식들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 들르지만 이번 연휴는 명절과 무관하기 때문에 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C씨는 “연휴기간 사람이 붐비는 것은 명절을 제외하고 오히려 썰렁해진 지 오래”라며 “괜히 손님도 없을 때 문을 열었다가 재고가 쌓이는 것보다 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상인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앞서 설 연휴에도 중간에 낀 월요일(1월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엿새간의 연휴가 주어진 바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외 출국자가 늘어나면서 여행 관련 업계만 특수를 누렸다. 지난 1월 해외로 떠난 인구는 29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3% 늘었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도 2.1% 많았다.

이에 정부는 최근 이번 근로자의 날과 주말 사이에 있는 5월2일에 대해 임시공휴일 지정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내수진작 효과가 기대치 만큼 높지 않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한 상가 내에 있는 한 음식점 주인 D씨는 “근로자의날은 그나마 출근하는 회사원들이 있지만 어린이날과 대체공휴일은 아예 문을 닫는 게 오히려 인건비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대형몰을 비롯해 백화점 등도 연휴 특수는 옛말이라는 반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기간이 포함된 1월24∼31일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주 대비 34% 감소했으며 4주 전과 비교해도 8% 줄어들었다. 이는 연휴와 점포 지출 간에 상관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며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휴 기간 중 폭발적으로 매출이 뛰었지만 지금은 주말만큼도 미치지 않는다”며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대체공휴일 또는 임시공휴일 지정 시 여행수요가 해외로만 몰리지 않도록 소비 쿠폰 등을 제공하는 등의 각종 대비책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