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를 계기로 한국의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 여부에 다시 불이 붙었다. 미국 측은 빠른 결정을 원하지만, 한국은 사업성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사안인 만큼 6월3일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최근 한미 통상 협의에서 우리 측은 알래스카 LNG 도입에 관심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상호관세(25%) 및 품목별 관세의 면제 혹은 관세율 인하를 요청하면서 반대급부로 꺼내든 카드 중 하나다. 다만 사업성을 확인한 이후라는 전제를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알려진 해당 프로젝트는 1300㎞ 가스 파이프(송유관)를 건설하고 액화 및 저장 설비를 갖춰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남부 항만에서 수출한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LNG 수요가 많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허나 예상 사업비가 최소 450억달러(약 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게다가 혹한의 환경에서 공사 기간이 늘어날 수 있고, 환경보호 이슈가 얽힌 점을 고려하면 사업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엑손모빌, BP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결국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미국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 등 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현지 매체 뉴욕타임스는 “백악관 내 국가에너지지배력위원회가 오는 6월 알래스카에서 개최하는 고위급 회담에서 한국, 일본 등이 LNG 투자의향서에 서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이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로서도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당장에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미국 측으로부터 알래스카 LNG 생산 개시 시기와 연도별 도입 예상 물량 등 구체적 청사진도 받아야 한다. 생산 개시 시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라는 점에서 안전장치 역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한미 통상 협의 이후 브리핑에서 “이 사업이 성사돼 알래스카 LNG가 가용하게 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모든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면밀하게 파악해서 참여 여부, 시기, 규모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