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듯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를 보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결정을 내린 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에 우려를 드러냈다. 무디스는 2015년 이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Aa2는 무디스 평가에서 Aaa, Aa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경제·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결정의 매우 분열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거리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기본 원칙은 제도와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는 것이지만 경제 활동을 저해하고 경제 성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연시키는 정치적 긴장 고조 상태가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고용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552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5000명 줄어들었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가 5분기 연속 줄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최장 감소 흐름을 보였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위축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영업자 수는 55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만4000명 감소했다. 1분기에 특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2만5000명 줄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만1000명 늘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경기 불황으로 직원을 해고하고 혼자 운영하는 가게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폐업, 임금근로자로 취업했을 수도 있다.
고용 부진 우려로 정부는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시급한 현안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재난·재해 대응 등을 중심으로 한 세부안을 조만간 제시할 예정이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서 시작된 관세 전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는 전망이 짙어지면서 통상 대응에 무게를 두고 추경안이 짜일 가능성이 있다. 2년째 이어진 세수 결손으로 정부의 재정 여력이 빠듯하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다.
우리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9일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2월보다 0.5%포인트 내린 1.5%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0%, 1.6%로 낮췄다. 해외투자은행(IB) JP모건은 지난달 말 우리의 성장률을 0.9%로 전망하기도 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논의한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내리며 연 2.75% 수준으로 낮췄다.
경기만 보면 이번 금통위에서도 인하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동결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