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중심에 선 양자] 100주년 맞은 양자 역학, 퀀텀 점프 이룰까

UN 지정 세계 양자 과학 및 기술의 해
기존 난제 해결할 새로운 기술로 각광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 192조원 전망

올해는 양자 기술의 근간이 되는 양자 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구글, IBM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양자 신기술을 선보이는 등 각 국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퀀텀코리아 2024 전시회에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신문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사용어 중 퀀텀 점프(Quantum Jump)라는 표현이 있다. 경제∙산업계에서는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실적이 호전되는 현상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퀀텀 점프란 물리학에서 양자(퀀텀)가 계단을 뛰어오르듯이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것을 뜻한다. 민간 기업부터 국가 기관까지 전 세계는 고전적인 기술과 비교해 비약적인 성능 향상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양자의 특성에 주목해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자는 더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 단위로, 양자 역학이라는 물리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양자 역학에서는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고 본다.

 

 1925년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양자 역학의 근간이 되는 이론인 행렬 역학을 발표하고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엔(UN)은 양자 역학 탄생 100주년인 올해를 세계 양자 과학 및 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양자는 기존 물리학에 없던 얽힘, 중첩 등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기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새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양자 과학기술은 초정밀 계측(양자 센서), 양자기기 간 초신뢰 연결(양자 통신), 초고속 연산(양자컴퓨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개발(R&D)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양자 기술을 활용한 양자컴퓨터 시장 규모가 2023년 90억 달러(약 13조원)에서 2040년 1310억 달러(192조원)로 연평균 1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기술패권과 경제안보의 핵심인 양자를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와 함께 3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로 낙점해 육성하고 있다. 정부는 3대 게임체인저에 올해 3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신산업 등 중점분야에 총 75조4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집중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에는 국가 양자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양자전략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출범식에서 발표한 퀀텀 이니셔티브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10개 핵심 과제를 실천할 방침이다.

 

 R&D가 가장 활발한 양자컴퓨터는 구글과 IBM이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 상용화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장밋빛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고조된 해외 분위기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표할 만한 기업도 없고, R&D를 수행할 인력도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양자기술 분야 전문 인력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을 합쳐 약 595명 정도로 미국의 약 5분의 1, 중국의 약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한국물리학회장)는 “기초 과학에서는 어느 쪽에서 응용이 발생할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현재 양자 컴퓨터에 편중된 점이 아쉽다”며 기초 과학을 중심으로 고른 지원과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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