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켓 전쟁이 시작된다.
황금기를 마주한 KBO리그는 지난 시즌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상승한 인기를 자랑했다. 자연스럽게 치열해진 티켓 예매에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올 시즌 역시 흥행을 예고한다. 20일 NHN링크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1시 기준 티켓링크 동시 접속자 수가 약 20만명을 기록했다. KIA, 삼성, LG, SSG 등 프로야구 4개 구단 개막전 티켓 예매를 시작한 시간이다. 지난해보다 약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 프로야구 구단들은 회원권 등급에 따른 선예매 시스템을 운영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일부 구단은 선선선예매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선예매는 구단이 일반 예매보다 며칠 또는 몇 시간 일찍 좌석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이를 위해 시즌권이나 멤버십 등 회원권을 구매해야 한다. 10개 구단 중 선선예매 혜택을 부여한 구단은 5곳, 선선선예매 혜택을 내놓은 구단은 2곳이다.
KT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선선예매를 도입했다. 시즌권 회원은 경기 8일 전 오후 1시, 매직회원은 경기 8일 전 오후 2시, 빅또리회원은 경기 8일 전 오후 3시에 예매할 수 있다.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하는 비회원의 예매 오픈 시간은 경기 7일 전 오후 2시다.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 같은 혜택에 반색한다. 야구 팬 최성호(43) 씨는 “티켓을 구하기 위한 클릭 전쟁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날짜에 맞춰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라며 “대가를 더 지불한 만큼 티켓 구매가 쉬워지는 것은 자본주의에 비춰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발도 있다. 과도한 회원권 급 나누기로 지나치게 수익을 추구하고, 암표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야구 팬 조수빈(31) 씨는 “비싸지만 야구를 보고 싶어 시즌권을 구매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원하는 좌석에 앉을 수가 없다. 인기 있는 경기는 아예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아쉬워했다. 이희주(29) 씨는 “개막전 티켓팅에 실패했다. 결국 SNS를 통해 양도받아서 갈 예정”이라며 “사실상 일반 예매자가 좋은 좌석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양도받기 위한 SNS 계정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결국 암표를 부추기는 꼴 아닌가”라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중고 거래 플랫폼을 보면, 정가보다 높은 티켓 판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티켓을 확보한 일부 판매자들이 웃돈을 붙여 되판다. 일부 팬들은 야구를 보고 싶은 마음에 정가보다 비싸지만 구매한다. 회원제가 암표 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구단과 경찰도 문제성을 인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운영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표를 대량으로 사들인 뒤 가격을 높여 판매하는 암표 거래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KT 구단 관계자는 “선선선예매 시스템은 팬층을 확대하고, 기존 팬들의 로열티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암표 관련 우려는 인지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협업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해서 팬분들이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사각지대 문제점도 있다. 고령자인 프로야구 팬들은 더욱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데, 선예매 시스템 탓에 야구를 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이에 구단들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현장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소외계층 전용 표를 현장 판매하고 있다.
야구계 관계자는 “프로야구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KBO, 구단, 팬이 함께 논의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전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