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이달 17일이면 현금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현금 부족이 이달 17일 184억원 발생한 뒤 계속 악화해 5월 말일 7395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돈을 융통해보겠지만 5월이 되면 부도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되자 단기 현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라며 회생을 신청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신청 때 매입·영업대금 유동화와 기업어음(CP)을 만기일에 차환할 수 없어 가용 현금 잔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회사 측은 “지난달 28일 기준 매입·영업대금 유동화 부채(4618억원)와 단기 기업어음(1880억원) 합계는 6498억원”이라며 “3월부터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전처럼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없어 단기 자금운용에 차질이 발생해 연쇄적으로 지급정지가 유발되면 일반적 지급불능에 빠질 염려가 있다”고 회생 신청 사유를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또 “운전자금 운영 목적으로 평균 5000억∼6000억원 규모의 기업·전자단기사채,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활용했는데 시장의 수요가 충분해 문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신용등급 하향으로 단기채무를 차환할 유동성 확보가 막혀 지급불능이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회생 신청을 제출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현금 부족액이 이달 17일 184억원에서 이달 말 2298억원, 다음달 말 5261억원, 5월 말 7395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내용의 일자별 현금보유고 추정액 그래프도 신청서에 포함했다.
다만 회생 개시로 금융채무 상환이 유예되고, 회생신청일 20일 이전의 상거래채무를 지급하지 않으면 현금보유고가 이달 1일 1300억원에서 5월 말 2779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홈플러스는 또 신청서에 “회생 개시 후 상거래채권액은 100% 변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채권자들에게도 약간의 이자율 조정과 변제조건의 변경을 통해 대부분 변제하는 것을 목표로 회생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서술했다.
아울러 “과거 매각후 재임대(SLB)한 점포 중 영업이익을 무의미하게 할 정도로 차임(임차료)이 과다한 곳에 대해서는 임대인들과 차임 재조정을 시도하고 채무회생법상 계약 해지권을 활용해 회생채권자 일반의 이익 증진을 위해 필요한 잉여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밖에 홈플러스는 “부채 상환을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슈퍼마켓) 사업 부문도 매각을 추진했었다”며 “회생신청 후 이를 속행할지는 채권자들 의견 들어 결정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배포한 브리핑에서 “이달 17일 현금부족이 예상된다는 회생신청서 내용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법원도 이 때문에 실제로는 5월에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은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단기자금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당사 설명이 사실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