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철강관세 도미노… 유럽연합·인도 대응에 한국 ‘2차 피해’

-EU, 다음달부터 수입량 15% 감축
-인도, ‘12% 관세’ 세이프가드 발동

20일 유럽연합이 다음달부터 철강 금속 수입물량을 최대 15% 줄인다고 발표했다. EU 수입국 3위 한국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철강을 향한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대해 각 나라가 대응에 나서면서 한국의 2차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20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수입품 25% 관세 부과에 맞서는 긴급조처를 추진한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금속 산업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수입 물량을 최대 15% 줄인다는 것이 골자로, 기존 국가별 쿼터(할당량) 초과 물량에 대한 25% 관세 부과에 추가되는 조치다.

 

이는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는 제3국 철강이 유럽으로 대량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EU는 내년 6월 종료되는 현행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보호 조치를 올해 3분기쯤 조기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세 분쟁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른바 탄소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대상도 향후 확대하기로 했다. EU로 수입되는 6가지 품목 제품(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올해 말까지는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지만, 내년부터는 초과 누출량에 상응하는 수준의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EU 철강 수입국 3위인 한국은 비상이다. 수입 물량 제한의 경우 특히 주력 수출품인 열연, 합판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국경조정제도 확대 역시 한국산 수출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국이 철강 수출 점유율 1위인 인도 역시 무역의 벽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날 국내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인도는 주요 철강 제품에 품목별 최저수입 가격을 설정한 뒤 이보다 낮은 가격은 12%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일 동안 해당 관세를 부과할 것을 인도 상무부가 무역부에 권고했다.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는 물론 미국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철강 등 해외 제품이 밀려들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품목별 기준 가격은 열연강판 675달러, 후판 695달러, 냉연강판 824달러, 아연도강판 861달러, 컬러강판 964달러 등으로 이보다 가격이 낮으면 관세가 붙는다. 

 

2023년 기준 한국은 인도에 열연 코일 및 스트랩, 냉연 스트랩, 아연도금 판재 및 코일을 중심으로 246만t 철강 제품을 수출했다. 그해 전체 철강 수출액의 11.1%를 차지했다는 게 국제정보전망연구센터의 집계다.

 

이 같은 트럼프발 관세의 도미노 현상에 한 업계 종사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처음 언급했을 때부터 이 같은 연쇄 반응을 우려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어 가는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며 “또 어느 나라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요즘은 외신 뉴스를 확인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민관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별 협상으로 길을 터야 한다는 것. 이번 인도 건이 예시다. 산업부는 “민관의 치밀한 대응으로 인도가 주장한 일괄 25% 관세 부과보다 완화된 형태로 잠정조치가 제안됐고 17개 품목이 조사 대상에서 추가로 제외됐다”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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