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뛰어넘을 산업계 신사업] 하나만 파다 파산 하더만… ‘반면교사’ 코닥

 

 오늘날 신사업 진출을 포함한 사업 다각화는 기업 경영에서 필수가 됐다. 지구촌이라 불릴 정도로 전 세계가 주요 이슈를 공유하는 시대인 만큼, 잘 나가던 사업이 언제 어떤 일을 계기로 무너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2023년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처럼 말이다.

 

 카메라 분야에서 전 세계를 주름잡던 글로벌 대형 회사였음에도 주력 사업에만 몰두하다 결국 문을 닫은 대표적 기업 사례가 코닥(Kodak)이다. 1888년 창립해 세계 최초의 휴대용 사진기를 발명한 코닥은 한 때 필름과 카메라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번창했다. 1990년대 미국 25대 기업에 포함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채 30년도 지나지 않은 2012년, 코닥은 자산(51억달러)보다 많은 부채(68억달러)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한때 14만 명이 넘었던 직원 수는 2만명 아래로 줄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는 2000년대부터 전통적인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는 추세였고,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부문에서는 업계 후발주자였다. 여기에 2010년대에 접어들며 휴대전화 카메라가 부상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고 2013년 인쇄전문 기업으로 쪼그라든 채 새출발을 해야 했다.

 

 역사는 1981년을 코닥의 운명을 바꾼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그보다 6년 전 세계 최초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코닥은 그해 내부 보고서를 통해 기존 필름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며 디지털 카메라의 상용화를 접어뒀다. 전도유망한 신사업으로 발을 뻗는 대신 기존 사업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웅크린 것. 결국 같은 해 일본 소니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먼저 상용화 했고 코닥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론 디지털 카메라 역시 그 전성시대가 채 10년도 지속되지 않았다. 그래도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뒤 곧바로 사업을 키웠다면 훗날 위기가 도래했을 때 훨씬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축적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신사업 개척의 경험이 휴대전화 카메라 시대의 도래를 미리 예견하는 바탕으로 연결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코닥이 미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직후 이수범 한국코닥 대표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본사가 현금이 풍부했을 때 다양한 곳에 투자를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장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회사가 잘 나갈 때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어야 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코닥은 위기가 닥친 뒤에야 2000년대 중반 부랴부랴 아날로그 필름 대신 데스크톱 잉크젯프린터를 신성장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나섰지만 이 분야에서도 역시 후발 주자였고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파산신청을 하면서 해당 사업을 정리했다. 현재 코닥은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코닥의 행보는 동종업계의 후지필름과 크게 대비된다. 1980년대 디지털 전환을 시작한 후지필름은 2000년대 들어 필름 원천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키우기에 돌입했다. 필름의 주원료인 콜라겐이 피부 진피층의 70%를 차지한다는 점 등을 이용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로도 사업 연관성이 있는 헬스케어, 바이오 사업으로 발을 뻗었다.

 

 현재 후지필름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신사업들의 비중이 기존 카메라 사업의 그것보다 훨씬 크다. 더욱이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미래 전망이 밝은 업종들이라 사업 다각화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니조차 지금은 가전보다 다른 영역에서 유명한 기업으로 인식된다”면서 “이름을 오래 남기는 것이 살아남았다는 증거라면 결국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도전은 모든 기업에 필수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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