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전쟁, 정국 혼란 및 내수침체 장기화 등 온갖 악재가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가 신규 사업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로봇, 메드텍 등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사업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꼽고 종전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포부다.
우선 삼성전자는 로봇을 비롯해 메드텍, 전장 등의 분야를 신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해당 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과 삼성전자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각 사업부문별 경영전략과 관련해 주주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래 격전지인 로봇 사업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자 신속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사업장 내 제조봇, 키친봇 추진으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데이터를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하는 ‘개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발 빠른 기술 검증과 고도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로봇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분야의 국내외 우수 업체, 학계와 협력하고 유망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수도 지속 추진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31일,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율을 종전 14.7%에서 35.0%로 늘리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로봇추진단도 새로 꾸렸다. 미래로봇추진단은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미래로봇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 물류 등 업무 자동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메드텍 분야는 의료·건강관리와 IT기술을 접목한 토탈 헬스케어 사업으로 확장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음파 진단 기기 외 사업 영역 확대를 검토하고 AI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장 분야에서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변화하는 차량의 탑승자 경험을 제고하기 위해 차량용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를 지속 선도하고, 차량 내 디스플레이도 한층 강화하는 등 차세대 전장 사업의 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건설은 수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미래 신기술을 접목한 신사업으로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면, 내수 시장 위축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기존 유통업을 넘어 플랫폼, 농업, 부동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사업 개척에 나섰으며 건설업과 제약업계 역시 각각 통신판매와 동물약품 등 그동안 생소하기만 했던 분야에 대한 도전에 나섰다.
물론 기업들이 제시한 신규 사업이 실제로 이어질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총 시즌에 기업이 주주를 대상으로 향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어떠한 방안이 있는지 설명하기 가장 용이한 게 신사업 구상이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조직 개편이 없다면 실제로 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