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계열사와 애경산업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애경그룹 측의 늑장 대응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과거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가 지분 50.37%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지난 29일 오전 9시3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가 제주항공에서 발생한 첫 인명 사고였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애경그룹과 제주항공의 어설픈 대처는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까지 분노하게 했다.
제주항공은 사건 발생 후 5시간이 지난 오후 2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경영진은 고개를 숙였지만, 미리 준비해온 사과문만 3분가량 낭독하고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기자들의 항의에 몇몇 질문에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명의의 사과문은 사고 발생 후 11시간 만인 오후 8시쯤 나왔다. 장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그룹은 인명 피해를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유해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 등을 유발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독성이 있음에도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과장 광고한 혐의도 제기됐다.
2021년 1심에선 해당 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올해 1월 2심은 이를 뒤집고 유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등의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대법원이 최근 법리적 문제를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누리꾼들이 X(엑스·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애경그룹의 화장품·생활용품 등 라인업을 공유하고 있어 불매 움직임은 확산할 전망이다. ‘케라시스 샴푸’, ‘2080 치약’ 등 대표 상품은 물론 ‘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 애경 계열이라는 사실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던 뷰티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불매 리스트에 올랐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