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폐지를 예고해 완성차 업체들의 우려가 큰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일본 도요타와 함께 세액공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미국 전기차 보유자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중 브랜드별로 전기차 세액공제가 구매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 폭스바겐(81%)과 지엠 쉐보레(77%), 테슬라(72%) 순으로 세액공제가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보유자가 세액공제를 주요 구매 이유로 선택한 비율은 각각 32%, 24%에 불과했다. 토요타 전기차 구매자도 21%만이 차량 구매의 주요 이유로 세액공제를 택했다. 이들 브랜드 전기차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있어 세액공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는 의미다.
완성차 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가 현실화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전기차 수요가 꺾일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요세프 샤피로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 펠릭스 틴텔노트 듀크대 교수는 세액공제가 사라지면 미국 내 연간 전기차 등록 대수가 세액공제가 유지될 때와 비교해 31만7000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인상과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예상되는 정책 변화를 시나리오별로 점검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북미 사업을 책임지던 호세 무뇨스 사장을 총괄 사장으로 선임했고,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인 성 김 고문을 국외 대관 담당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 해외 대관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올해 미국 내에서 구매하거나 리스한 전기차 87%가 세액공제를 받은 가운데 구매자들은 이 제도 때문에 평균 5124달러(약 717만원)를 아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 가운데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 등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 최대 7500달러(약 1049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테슬라 등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 64%는 이러한 세액공제와 인센티브를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전기차 구매 이유로 가격을 꼽은 비율(36%)보다 28%포인트 높은 수치다. 대중 브랜드 전기차 보유자 49%도 세액공제와 인센티브가 차량 구매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답했다. 구매 이유로 가격을 뽑은 비율(39%)은 이보다 낮았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