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을 선택한 청년층(25~34세) 인구가 42만명을 돌파했다. 이들이 늘어난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 모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에 따르면 자발적 쉬었음 청년은 추세적으로 증가했고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들은 올해 들어 많이 늘어났다. 최근 고용지표는 비경제활동인구 내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고용지표들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며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실업률 등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올해 쉬었음 인구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기준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14.5%(235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점에서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을 의미한다. 비경제활동인구 사유 중에선 ▲육아·가사 ▲교육·직업훈련 ▲연로·심신장애 비중이 높았으며 그다음으로 쉬었음으로 나타났다.
쉬었음 인구 중에선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령층(60세 이상)과 핵심연령층(35~59세)의 쉬었음 비중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흐름이다. 다만,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늘어난 후 올해 초부터 다시 큰 폭(2023년 4분기 22.7%→2024년 3분기 29.5%)으로 상승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취업 경험 유무로 살펴보면, 대부분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했다. 이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쉬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경험한 후 더는 구직하지 않고 쉬었음으로 이탈할 사례가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쉬었음 청년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를 살펴보면,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쉬는 경우(자발적 쉬었음)가 추세적으로 증가했다.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도 올해 많이 늘어났다.
자발적 쉬었음 청년은 일자리 미스매치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고용의 질은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핵심연령층은 팬데믹 이전보다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
청년층은 핵심연령층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선택 기준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쉬고 있는 비중도 청년층(32.4%)에서 높게 나타난다.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면서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은 일자리 미스매치, 기업의 경력직 및 수시 채용 선호 등 구조적 요인뿐만 아니라 경기적 요인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 팬데믹 이후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올해 들어 증가세가 가파르다. 최근 청년층 고용상황이 악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핵심연령층은 고용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초 감소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비자발적 쉬었음 청년은 주로 중소기업(300인 미만), 대면서비스업에 종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비자발적 의지에 의한 노동시장 이탈은 상대적으로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에서 주로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이수민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최근 나타난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에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면서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이탈하거나 니트족(NEET·교육을 받거나 직업훈련에 종사하지 않고 실업자인 사람)화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청년층 쉬었음 증가는 향후 노동공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에 이들을 다시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