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예상 깬 연속 인하...내수시장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적 조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까지 떨어지며 경기하방 우려가 커지자 내수 부양을 위한 선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수출 둔화에 따라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금통위는 내수 부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에 그치며 한은의 예상(0.5%)을 크게 밑돌았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잠재성장률(2.0%)보다 낮은 1.9%로 조정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글로벌 경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하고 있는 보편적 관세는 수출이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인 내년 1월 20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가 관세에 더해 10%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내세운 반도체법 지원금도 문제 삼고 있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 및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졌지만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달러화도 강세를 나타냈다”면서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은 큰 걱정거리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한은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4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보다 7포인트 급락한 74에 그쳤다. 하락 폭만 보면 19포인트가 떨어졌던 2022년 7월 이후 최대다. 금통위는 수출 증가세가 주력 업종에서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환경 변화 및 IT 수출 흐름,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주택가격 상승세 둔화는 금통위의 인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시행한 후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당분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이 지난 24일 발표한 ‘11월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일 기준 94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횡보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이 커진 부분은 리스크로 남아있다.

 

금통위는 “앞으로의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면서 “국내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는 가운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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