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수출 지표 우려에도 정부, 경기 낙관론 내놔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네이너가 쌓여 있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두 달 여 앞두고 우리 정부는 최근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낙관적인 진단을 내놨다. 하지만 달러 강세화와 수입물가 상승, 고용의 질적 저하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출 호조에 의한 경기회복 진단을 6개월째 이어오다 이달 들어서는 그동안 사용했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문구를 빼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정부는 물가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앞세웠다.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2020년(물가지수 100)과 비교하면 13.94% 상승했다. 예를 들면 2020년 1만원에 살 수 있었던 제품이 올해는 1만1394원에 사야 한다는 것이다. 

 

황선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거시정책 기조도 이에 맞춰 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하회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도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10%를 웃돌던 수출 증가율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3.5%로 고점을 찍은 후 8월 11.0%, 9월 7.4%, 10월 4.6%로 감소했다. 10월 일평균 수출은 26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하며 13개월 만에 역성장했다. 

 

정부는 기저효과에 따른 증가율 감소라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좋은 징조라고 보기 힘들다. 

 

KDI가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2.2%)보다 낮은 2.0%의 경제성장을 전망했다.

 

내수 침체로 인해 고용률도 좋지 않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4개월 만에 10만명 밑으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2.3%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증가하는 등 고용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0월 중 실업자는 6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만1000명 증가했다.

 

10월 제조업에서 3만3000명이 감소했고 건설업에서 9만3000명 줄며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은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도소매업는 취업자 수가 14만8000명 줄었다. 

 

건설업과 도소매업이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수 침체 장기화가 고용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20만7000명 증가한 244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15~29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5만2000명 증가한 41만8000명 늘어났다. 경제를 이끌 주체인 청년층의 이탈로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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