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규 우리은행장 임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3분기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는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조 행장의 연임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가 연임을 평가하는 요소에 포함된다면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이날 이사회에서 ‘1회 석세션 프로그램 데이’(가칭)를 열고 차기 지주 회장 후보들의 역량을 점검했다.
이 자리는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장 후보에는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카드·캐피탈·투자증권 등 주요 4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도 들어간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계열사 CEO들의 현재 경영 실적과 향후 계획에 대해 살펴본다. 또 이들이 향후 회장이 될 자질이 있는지 등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우리금융 이사회는 조 행장을 포함한 계열사 CEO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올해 첫 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7개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절차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사장단은 조병규 행장과 박완식 우리카드 사장,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이종근 우리자산신탁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이중호 우리신용정보 대표, 김정록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이다.
조 행장은 재임 동안 우리은행의 실적을 무리 없이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금융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6591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우리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5240억원으로, 90% 이상을 우리은행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올해 3분기 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 행장 체제를 유지해야 조직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들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통합한 뒤에도 남아있는 계파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와 관련해 “통합은행 성격의 우리은행에는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취임한 이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통제 논란은 조 행장의 연임을 막는 장애물로 거론된다. 지난 6월 100억원대의 횡령 사고가 터졌고 이후 지난 8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로 총 35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당국에 늑장 보고하면서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경영진 책임론이 불거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는 차기 지주 회장 후보들의 역량을 점검했다”며 “자추위 개최 등은 추후 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