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대다수의 청년 구직자들이 구직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적극적인 취업 활동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자 29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6명(60.5%)은 구직 기대가 낮은 ‘소극적 구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소극적 구직의 형태로는 ‘형식만 갖춘 의례적 구직’이 30.9%를 차지했다. 이어 ‘구직활동을 거의 안 함’(23.8%), ‘쉬고 있음’(5.8%) 순이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신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이 부족해 더 준비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46.7%로 가장 많았다. ‘전공 분야 또는 관심 분야의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해서’(18.1%),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14.0%), ‘적합한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가 없거나 부족해서’(10.1%)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은 평균 6.3회 입사 지원했으며 이 중 서류전형에 합격한 횟수는 평균 1.4회로 합격률이 평균 22.2%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서류전형 합격률(28.3%)보다 6.1%포인트 낮다.
응답자들은 올해 취업시장이 더 얼어붙어 채용 한파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36.5%는 취업시장이 ‘전년보다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 응답 비중(30.3%)보다 6.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전년보다 좋다’는 응답 비중은 3.2%에 그쳐 전년(3.6%)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취업준비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일자리 부족’(50.8%)과 관련된 응답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입 채용 기회 감소’(27.5%), ‘원하는 근로조건에 맞는 좋은 일자리 부족’(23.3%), ‘실무경험 기회 확보 어려움’(15.9%) 순이다.
응답자의 67.6%는 취업준비 기간으로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 중 ‘1년 이상’으로 내다본다는 응답 비중은 37.1%에 달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20~34세) 미취업자 가운데 1년 이상 장기 미취업 청년 비중은 54.4%로, 2020년 대비 3.2%포인트 증가했다.
응답자들은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한 정책적 개선과제로 ‘규제 완화 등 기업 고용여건 개선’(26.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대다수의 청년이 구직 의욕을 잃거나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적극적인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규제 혁파,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기업 활력 제고와 고용 여력 확충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