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목표로 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가 오는 14일 종료된다.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 11일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까지 올리며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영풍·MBK 연합 측은 이를 두고 회사 재무구조 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거라며 평가절하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오는 14일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먼저 종료되면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1일 공개매수신고서·설명서 정정 공시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최대 매수 예정 수량을 기존 18.0%에서 20.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83만원)보다 6만원 높다. 최 회장 측은 물량과 가격 면에서 영풍·MBK 연합보다 유리한 조건을 최종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 인상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주당 83만원 이상의 가격 경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는 가격이 고려아연보다 낮다는 점에서 최대 목표 수량(발행주식총수의 14.6%)을 채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자릿수대의 지분은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일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며 최소 수량 조건을 삭제했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모한 모든 주식은 영풍·MBK가 확보한 지분이 된다.
매수 가격만 놓고 보면 최 회장 측의 가격이 89만원으로 영풍·MBK 연합보다 6만원 높지만, 투자자마다 양도소득세·배당소득세 유불리가 다르고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도 있어 영풍·MBK 연합으로도 청약을 넣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관투자자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들은 불확실성을 피하는 차원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물량을 적당히 나눠 청약할 확률이 높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돼도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오는 23일까지 지속된다. 고려아연은 전체 주식의 최대 17.5%를 자사주 공개매수로 확보할 예정이다. 우군인 베인캐피털도 별도로 2.5%를 공개매수한다. 현재 발행주식총수 2070만3283주를 기준으로 최 회장 측은 우호 세력 포함해 33.99%를, 영풍 측은 33.13%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까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둔 분쟁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