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일정 자본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는 보험회사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을 조정한다. 이에 법인세와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보험계약에 대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서 보험부채를 결산 시점의 정보를 반영한 시가평가로 전환되고, 보험손익을 인식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자산 평가액의 변동성이 증가해 사외유출되는 해약환급금도 급증할 수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가평가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작을 경우, 그 차액(해약환급금 부족액)을 준비금으로 쌓아 실질적인 보험부채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신설한 바 있다.
해당 준비금은 법정준비금이므로 상법상 주주배당가능이익 산정시 차감돼 배당이 제한되고,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 세금 납부가 일정기간 이연된다. 그러나 IFRS17 제도 시행 이후 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해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배당 및 세금 납부액이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고, 세제당국과 논의를 거쳐 이러한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향후 금리변동 등 대내외 여건과 IFRS17 안착 기간을 고려해 올해는 지급여력비율 200%(경과조치 전 기준) 이상인 보험사에 우선 적용하고 5년간 매년 기준을 10%포인트씩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내년 기준 지급여력비율 190%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서는 준비금 적립비율을 80%로 적용하고, 190% 미만인 경우에는 적립비율을 100%로 반영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충실히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주주배당 촉진 기반이 조성되고 적정수준 법인세 납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법인세 측면에서는 손금 인정액이 감소해 납부세액이 현행 대비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당초 미래로 이연됐던 법인세의 납세시기가 일부 앞당겨진 것에 기인한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회사의 배당가능이익은 3조4000억원 증가하고, 법인세 납부액은 9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방안은 올해 안에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해 2024 사업연도 결산부터 적용된다. 제도개선안 시뮬레이션 및 규정변경 예고과정에서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방안을 보다 정교화 해나갈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이 밸류업을 위한 주주배당, 정기적인 자본건전성 관리, 당기순이익에 상응하는 납세라는 세 가지 정책적 목표 간 균형점을 모색한 결과”라면서 “향후 제도를 섬세하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