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4월1일 첫발을 뗀 KTX는 올해 개통 20주년이다. 그 동안 총 10억5000만명의 희로애락을 실어날랐고 6억4581만㎞를 이동했다. 지구를 약 1만6150바퀴 돈 거리와 맞먹는다. KTX가 불러온 교통혁명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대한민국의 생활과 경제를 변화시켰다.
◆한국철도의 역사
대한민국 철도의 역사는 1894년 6월28일 의정부 공무아문(工務衙門)에 철도국이 설치되면서 1899년 9월18일 인천역과 노량진역(현 영등포역)을 오가는 총연장 33.2㎞의 경인선이 개통한 것이 최초다. 소달구지와 인력거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시절, 인천에서 노량진까지 1시간30분 만에 도달해 혁명으로 불렸다. 최초의 기차인 ‘모갈 1호’는 목재 객차 3량을 연결해 시속 30㎞로 달렸으며 사람들은 불을 내뿜고 달리는 모습을 보고 ‘화륜거’로 부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으며 부침의 시기도 있었지만 언제나 믿음직한 시민의 발이 돼주었다.

1974년 8월15일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면서 도시철도시대가 개막했고 2004년 4월1일 고속철도인 KTX가 운행을 개시하면서 반나절 생활권이 완성됐다.
◆KTX 개통 후 삶의 변화
KTX 시대가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의 단축이다. KTX 이전 35년 동안 가장 빠른 열차로 군림했던 새마을호의 최고 속도는 약 150㎞이며,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5시간에 가까운 이동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KTX는 최고속도 약 300㎞로 서울에서 아침밥을 먹고 출발해도 부산에서 잡은 점심 약속을 지킬 수 있다. 더욱이 최고속도가 약 320㎞에 이르는 KTX-청룡이 5월부터 운행할 예정이라 지역 간 이동시간은 더 줄어들게 됐다.
코레일은 2004년 경부선(서울∼부산)·호남선(용산∼목포)으로 시작해 2011년 전라선(용산∼여수엑스포), 2017년 강릉선(서울∼강릉), 2021년 중앙선(청량리∼안동)·중부내륙선(부발∼충주)을 차례로 개통하면서 확대 운행해왔다. 지난해 말 중앙선은 서울역, 중부내륙선은 판교역까지 늘렸다. 개통 첫해 경부·호남 2개, 노선 20개 역에서 20년 후 전국 8개 노선, 69개역으로 확장됐다.

◆하루에 23만명 이용…총 103대 운행
20년 동안 10억5000만명이 이용했고 지난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23만명을 기록해 개통 초기(7만명)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연간 이용객은 개통 첫해 2000만명에서 지난해 8400만명, 올해는 89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하루 이용객이 가장 많은 역은 서울역(9만7000명)이며, 2004년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서울역은 경부선 등 총 7개 노선(경부·동해·경전·호남·전라·강릉·중앙선) 열차가 출발·도착하는 허브 역이다. 또 광명역은 2004년 이후 이용객 수가 가장 늘어난 역으로, 약 5.5배 증가한 3만2000명이 이용했다.
46대로 운행을 시작한 KTX는 2010년 KTX-산천 38대와 2021년 KTX-이음 19대를 합쳐 현재 총 103대를 운영하고 있다.

◆접근성 개선 효과
국토연구원은 최근 ‘고속철도 개통 20년, 국토균형발전 효과분석과 향후 과제’를 공개했다. 고속철 개통 20년간 국토균형발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역할을 모색한 보고서다.
분석 결과 국민이 누리는 고속철도만의 접근성 개선 잠재적 순효과는 0.7시간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1시간의 잠재적 가치는 8만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인구 1인당 시간 감소 효과를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로 추정하면 약 2조원 정도다.
접근성 개선 순효과가 큰 지역은 광주광역시(1.7시간)로 나타났다. 강원(1.4시간), 전남(1.2시간), 전북(1.1시간), 대구(0.9시간) 순이었다.

◆SRT와의 불편한 동침?
SRT는 준시장형 공기업(국토교통부: 58.95%, 한국철도공사: 41.05%) 에스알(SR)이 운영한다. 2016년 12월9일부터 운행하기 시작했다. 같은 고속철도인 SRT는 수서, 동탄, 평택지제역을 빼면 나머지는 KTX와 같은 철로를 사용한다. 따라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철도노조 측은 “막대한 부채에도 에스알이 확장할 수 있도록 국토부는 자산을 넘겼다”며 “고속철도 통합은 운임을 낮추고 더 많은 좌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