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본점, 내 지역구로…" 표심 노린 ‘날림 발의’ 눈살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추진 속
일부 의원들, 자신의 지역구로 기은·수은 본점 유치 법안 발의
선거 의식한 입법 활동 지적 나와

-지역균형발전 명분 내세워 지역 표심 노린 입법 활동 지적

 주요 국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속속 나와 눈길을 끈다. 이들 법안은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만을 의식한 입법 활동이란 지적도 나온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인천시로 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4월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수은 본점을 부산시로 둬야 한다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은 수은의 부산 해양금융단 설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추진 등에 견줘 인천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며 수은 본점을 옮겨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했다. 서 의원 역시 지역간 불균형 해소, 자립형 지방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의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20년 8월 기은의 본점을 대구광역시에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대구엔 2014년 말 이전한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위치해 있어 기은 이전 시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자금지원이 가능해질 거라고 강조했다. 대구엔 19만1595개의 중소기업이 있는데 이 중 중소기업의 비율이 99.95%에 달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같은 해 11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은의 본점을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기은법 개정안을 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해 6월 기은 본점의 소재를 서울특별시로 한정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이라면 어디서나 본점 소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기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은행 본점 전경

 

 현재 수은법과 기은법은 ‘본점 소재지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로 한다’고 규정한다. 본점의 부산 이전이 추진 중인 산은 역시 마찬가지다. 산은법 개정 없이 추진되고 있는 산은의 부산 이전 움직임을 두고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은 선거 시즌마다 제기돼 온 사안이다. 주로 비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이를 주도해왔다. 이들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다분히 지역 표심을 노린 입법 활동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수은 본점을 인천으로 옮기자고 주장한 홍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부평구을,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개정안을 낸 서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진구갑이다. 기은 본점의 대구 이전 필요성을 강조하는 윤 대표도 지역구는 대구 달서구을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국책은행은 서울에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법률, 회계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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