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의 도시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7월말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40도 이상의 날씨가 한 달 이상 지속됐다. 처음 경험하는 찜통더위 속 오아시스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루카스 레이 감독이 한국 선수인 ‘B.Y. CHOI(최병용)’가 팀에 지명됐다는 뉴스를 보내줬다.
최병용은 지난달 11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에서 20라운드 전체 611순위로 샌디에이고의 선택을 받았다. 일화가 하나 있다. 드래프트 전이던 6월, 피닉스 피오리아 훈련장에서 워크아웃을 진행했는데 그때 최병용이 참가했다. 경기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줘 레이 감독의 눈에 띄었다. 다음날 레이 감독은 내게 “혹시 ‘B.Y. CHOI’를 아느냐”고 물었다. 잘 모른다고 답하자 그는 “스윙이 참 좋더라. 스카우트 파트에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후 실제 지명으로 이어져 놀랐다. 레이 감독에게 “직접 뽑았으니 잘 육성해달라”고 말하자 그는 “‘코치 리’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팀에 합류한 최병용을 만났다. 신인선수 브리핑 미팅 당시 스카우트 파트는 최병용을 가리키며 “한국 출신 선수로 ‘포스트 하성 킴(김하성·샌디에이고)’이다”고 소개했다. 순간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한국 선수가 입단한 것을 축하해줬다. 나 역시 최병용에게 “정말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며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최병용과는 보름밖에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나는 지난 1일 연수를 마치고 샌디에이고로 왔다. 대신 함께하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5개월간 마이너리그에서 생활하며 보고 느낀 점들을 모두 말해줬다. 다행히 여러 코치, 코디네이터들이 최병용을 향해 “스윙이 부드럽고 좋다”고 칭찬했다. 덩달아 뿌듯했다.

팀이 최병용을 비롯한 신인선수들을 맞이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오리엔테이션 당시 모든 파트의 코디네이터가 모여 선수들의 현 상태를 파악했다. 팀의 루틴, 기술에 관해 설명해준 뒤 연습을 진행했다. 선수 개별 미팅도 이뤄졌다.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니 주요 내용은 “루틴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였다고 한다. 루틴이 형성돼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병용은 루키팀에서 본인만의 루틴 만들기에 돌입했다.
팀의 레전드 고문인 노모 히데오, 트레버 호프만 등과 대화 시간을 마련한 점도 인상 깊었다. 신인선수들이 꿈과 희망을 더욱 키우고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트레이너, 스카우트, 디렉터, 보안 관계자, 영양사 등 여러 스태프들과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는 시간도 있었다. 각 분야에 대한 이해를 통해 빠른 적응을 돕고자 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신인선수들이 곧 팀의 미래이기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최병용은 2021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했다. 좌절하는 대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년 동안 오로지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버텼다고 한다. 그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더 강해진다. 마이너리그는 배움을 위해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곳이다. 최병용은 이제 또다시 도전해야 한다. 작은 실패가 모여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을 때, 최병용은 ‘메이저리거 B.Y. CHOI’로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이동욱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키팀 코치
최원영 기자 yeong@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