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지주가 새 수장을 찾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 6일 4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 용퇴 의사를 밝혔다. 윤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바통을 넘길 때가 됐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후임 회장에 선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20일까지다.
회추위는 8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한다. 이어 오는 29일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 및 심사를 진행해 2차 숏리스트를 3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다음 달 8일에는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2차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한 뒤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한다. 이후 최종 후보자가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격 검증을 통과하면 회추위와 이사회의 추천절차를 거쳐 11월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KB금융이 소유분산기업이라는 것이다. 소유분산기업은 지분이 분산돼있어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를 말한다. 특정 대주주가 없어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이라 불린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강조해왔다. 특히 주주들의 참여가 제한돼 기업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선임 절차는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B금융 회추위는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검증 기간이 길어지고 평가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숏리스트 선정 시기를 2020년 대비 3주가량 앞당겼다.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기간, 인터뷰 횟수와 시간 역시 모두 늘렸다.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도 추가했다. 내·외부 후보자들의 자질과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독립성,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이번 경영 승계 절차를 진행해 지배구조의 모범 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 내부 후보군에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육성해온 양종희, 이동철, 허인 KB금융 부회장 3인방을 필두로 그룹 내 계열사 대표 등이 포진돼있을 것이라 점치고 있다. 외부 후보군으로는 거물급 금융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가 포함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갖춘 이사회의 전문성, 실질적인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KB금융은 그간 이사회 구성의 객관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현직 사외이사들의 참여를 배제했다. 주식을 1주만 보유해도 사외이사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2015년 사외이사 3명, 2018년 1명을 선임하기도 했다.
KB금융의 이번 회추위도 사외이사 7명으로만 구성됐다. 소유분산기업 회장 선임의 선진·모범 사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4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3조원에 이르는 실적을 달성하며 리딩 금융그룹으로 입지를 공고히 한 KB금융의 행보는 영향력이 크다. 결과만큼 중요한 ‘과정’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원영 기자 ye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