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국민연금 북치고, KT 장구치고… 경영공백 사태 책임은

주주권 강화를 외쳤지만, 결국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민영기업 CEO 선임에 개입한 국민연금 및 정부가 북을 쳤고, 겉으로만 민영기업 타이틀을 쓴 KT도 장구를 쳤다. 이에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KT가 대표이사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9일 KT에 따르면 차기 대표이사 선임 차질로 대표 직무 대행을 맡게된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은 전날 임직원을 대상으로 입장문을 전하며 “변화는 없다. 시장과 고객에 더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 바라보는 KT는 풍전등화다. 박 부문장 역시 ‘비상 경영 체계’를 가동하고 비상대비 집단 의사결정 기구로 주요 임원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인 KT의 결정권자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KT의 대표이사 공백 및 비상경영의 시발점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했다. 명목은 스튜어드십 코드, 쉽게 말해 주주권 강화였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KT와 같은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개입은 주주권을 악화시키고 있다. 구 대표가 연임을 선언하고, 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던 지난해 12월 KT의 주가는 3만7700원(12월9일 종가)까지 올랐다. 하지만 곧바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시사했고, 이때부터 급락하며 29일 종가 2만9200원까지 떨어지는 등 주저 앉고 있다.

 

 심지어 이 사이 국민연금은 KT 지분을 팔아치웠다.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10.35%였는데 지난 1월 9.95%, 2월 8.53%로 줄었다. 국민연금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KT가 흔들리며 주가가 떨어지는 사이 자신들은 KT 지분을 팔아치운 것이다. KT 주주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연금이 작전세력이다”라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투자는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는 연금으로 운용된다. 즉 국민연금이 가진 KT지분에는 국민의 지분도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이를 마치 자신의 지분인냥 명목없는 의사결정 개입이 과연 타당한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여기에 맞장구 치는 KT도 할 말이 없다. 민영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면서도 스스로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대표이사 후보가 외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사외이사 역시 줄사퇴다.

 

 투명하지 못한 밀실행정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7일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하고, 28일 긴급이사회가 소집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KT 측은 “예정된 이사회는 없다. 이사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공유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28일 긴급이사회는 열렸고, 박종욱 부문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것으로 결정났다. 이 중차대한 상황 속에서 내부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있다. 

 

 KT의 혼란은 끝이 없다. 대표이사 후보부터 다시 선정해야 하며, 최대주주 국민연금을 포함해 정부가 나서 계속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산업계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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