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데믹’ 공포에 金값 연일 ‘훨훨’

SVB파산·CS 사태에 안전자산 쏠림현상 뚜렷
1돈 가격 36만원까지…"상승랠리 이어질 듯"

게티이미지뱅크

 ‘뱅크데믹(은행+팬데믹)’ 우려가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당분간 금값 상승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달러화 강세 압박에 역사적인 최고점 돌파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이달 들어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선물 가격은 지난 24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198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전보다 0.5% 올랐다.

 

 국내 금값도 KRX 금시장이 설립된 2014년 3월 24일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은 지난 20일 36만2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말(32만원) 대비 13.1%, 한 달 전(32만9000원)과 비교하면 10% 올랐다. 

 

 금 관련 ETN(상장지수증권) 수익률도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삼성 KRX 금현물 ETN은 16.63%, KB 레버리지 금 선물 ETN(H)은 16.41% 상승했다. TRUE 금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금 선물 ETN도 각각 12.74%, 12.52% 올랐다. 실물 금을 사들이거나 금 통장에 가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금통장(골드뱅킹) 계좌 잔액은 지난 24일 기준 51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031억원에서 올해 들어 108억원 늘어난 규모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 글로벌 은행에서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금은 대체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는 국면에서 투자수요가 급증하기에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을 매집하고 있다.

 

 세계 금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1136톤으로 1967년 이후 5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201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길 권고했다. 단기적인 가격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수, 미·중 무역 마찰 등 정치적 역학도 금 수요를 자극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환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금 가격 부담이 축소됐다”며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예상되나 미국 경기 둔화를 고려했을 때 실질금리 하락 여지가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금융 안정 간의 딜레마로 2020년과 같은 실질금리 하락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였던 2063달러(온스)를 넘긴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예상과 다르게 달러화 강세 압력이 높아져 금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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