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0명' KT 리더십 공백...정부, 대안 없이 딴지만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                                  뉴시스 

 

 KT가 경영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가운데 이사회도 사내이사 없이 사외이사만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아있는 사외이사들의 거취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KT의 경영 공백 현상이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KT는 당분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 대행을 맡아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간다.  


 경영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해 8월 3만9300원을 기록하던 주가도 곤두박질치면서 3만원대에서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측도 KT 내 이권 카르텔 문제만 들먹일 뿐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혼란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28일 KT는 유희열∙김대유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김대유 (DB생명보험 사외이사), 유희열(한국 이산화탄소 포집 및 처리 연구개발센터(KCRC) 이사장) 사외이사는 각각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이다.

 새 CEO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선임해야할 KT 이사회는 4인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마저도 3인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끝난다.

 

 KT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8인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인 구현모 현 대표이사와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오르면서 사내이사 지위를 내려 놓은 바 있다. 윤 사장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오르면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사퇴와 동시에 자동 폐기됐다. 즉 현재 사내이사는 아무도 없다.

 

 사외 이사 역시 앞서 4명이 나갔고 남은 4인 중 이사회 의장인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KT렌탈 대표 등 3인도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이번 주총에서 1년 임기 재선임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대표이사 최종 후보가 줄줄이 사퇴하면서 사외이사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며 “주총에서 (재선임이)부결될 가능성도 있고,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99%가 소속된 KT노조는 이사진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이사 3명으로도 이사회 정족수가 채워지지만, 이사회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회 의장도 새로 선출해야 한다. 이사회마저도 재구성에 나선다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를 선정하기까지 최소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주들은 강력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윤경림 사장이 후보에 오를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구현모 대표의 아바타’,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맹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에 맞서 단호하게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불난집에 기름을 부었다. 한 주주는 “일반 기업 대표이사 선출하는데 왜 대통령실과 여당이 간섭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전했고, 다른 주주 역시 “이럴거면 정부에서 선임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오후 2시 현재 2만9950원으로 3만원 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 지난해 11월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뒤 12월 최고 종가 3만7700원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며 크게 하락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올해 상반기 안에 CEO 선임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사회 구성부터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심사위원회 등을 새로 수립하고, 내외부 후보 공모, 심사와 주총까지 진행하면서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까지 감안하면 상반기 안에 CEO 선임은 무리"라고 말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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