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 모금] 돈 많은 은행에서 뱅크런은 왜 발생할까요?

예금 못 찾을 거란 불안심리, 뱅크런 유발
한국선 IMF위기·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대표적
뱅크런 막기 위한 한은·예보 기능 주목

2011년 2월 18일 오전 부산저축은행의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 남천동지점에서 시민들이 예금인출을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뉴시스

 

 미국 스타트업 특화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사태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주목받고 있다. 이 은행에선 위기설이 확산한 지난 9일(현지시간)에만 총예금의 약 24%가 빠져나갔고 미국 금융당국은 즉각 이 은행에 폐쇄 결정을 내렸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신속히 잠재우고자 예금자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도 전액 보호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뱅크런의 원인 및 주요 과거 사례를 짚어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살펴봤다.

 

 뱅크런은 ‘은행(bank)’과 ‘달리다(run)’의 합성어다. 예금자들이 은행의 위기로 인해 자신의 돈을 찾지 못할 거란 불안감에 일제히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을 인출하려는 현상을 뜻한다.

 

 뱅크런은 금융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확산할 수 있다. 즉 뱅크런의 위험성은 심리에 있다는 얘기다. 은행은 단기로 돈을 빌려서 장기로 자금을 운용하는데,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예금 인출을 요구하게 되면 제 아무리 멀쩡한 은행이더라도 은행은 자체 보유 중인 지급준비금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한 은행뿐만 아니라 자칫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 그 위험성을 더한다.

 

 역사적으로 뱅크런은 여러 국가에서 끊임없이 발생했다. 20세기 초엔 1907년 미국의 ‘니커보커 신탁회사’에서 발생한 뱅크런 사태가 대표적이다. 니커보커가 발행한 수표를 은행들이 거절하자 니커보커의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일제히 영업점에 몰려든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기엔 은행 1만개가 뱅크런 사태로 문을 닫기도 했다.

 

 21세기 들어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영국 ‘노던록은행’ 사태가 대표적 뱅크런으로 꼽힌다. 2007년 9일 13일 노던록이 차입금의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영란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튿날부터 2일 새 보유예금의 약 8.3%가 빠져나갔다. 이 은행은 모기지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필요자금의 대부분을 모기지 유동화와 은행 차입으로 조달했는데,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인해 모기지의 유동화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태는 영국 금융역사에서 1866년 ‘오버렌드 앤 거니’ 사태 이후 가장 큰 뱅크런 사태로 기록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대표적 뱅크런은 2011년 터진 저축은행 사태다. 당시 주요 부실 저축은행들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저축은행업권에선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갔다. 이보다 앞선 IMF외환위기 당시엔 종합금융회사의 부도 사태 때도 뱅크런이 발생했다. 약 한 달간의 종금사의 영업정지 조치가 풀렸던 1998년 1월 5일, 전체 종금사선 전체 예금의 40%가 빠져나갔다.

 

 뱅크런 우려를 낮추는 장치로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과 예금자보호제도가 꼽힌다.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일시적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금융사에 대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부족자금을 신속하게 대출해준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금융사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고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예금자보호제도도 뱅크런 가능성을 낮추는 안전판이다. 한국의 경우 원리금 합계 5000만원이하의 예금자의 경우, 금융사의 위기 시 이를 돌려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들의 예금보험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높을수록 위기 시 뱅크런 위험이 낮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2018년 진행한 ‘뱅크런 위험 발생 시 예금인출 요인 및 예금보험의 효과에 관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위기 상황에서 예금자보호예금 한도 5000만원을 초과하는 비보호예금의 인출위험은 보호예금의 인출위험보다 1.55~3.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험제도가 없을 경우, 예금자들의 인출 가능성이 최대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얘기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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