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의 시대 下]“갑자기 경매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늘어가는 전세사기에 피해자 ‘분통’

지난해 11월 29일 인천시청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분명 전세계약 당시에는 안전한 집이라며 부동산 중개소에서 이행보증서까지 써줬습니다. 그래서 2억원 가까운 돈을 전세대출을 받고 신축빌라에 들어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경매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31일 인천 미추홀구 빌라에 거주하는 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이야기다. 이 피해자는 새 집주인이 들어오면 강제 퇴거 조치를 받아 두세 달 안에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일명 ‘빌라왕’ 사태부터 경매가 진행 중인 아파트와 빌라가 1200건에 이르는 인천 미추홀구의 ‘건축사기’까지 최근 전세사기 사례가 급증하자 전세계약을 앞둔 예비 임차인들은 “나도 혹시”라는 마음에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전세사기 사례가 ‘역전세난’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사기 규모는 해마다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의 보증사고 금액 규모는 지난해 4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HUG에 따르면 2018년 30억원 수준이었던 보증사고금액은 2019년 504억원, 2020년 1871억원, 2021년에는 3555억원, 지난해에는 4000억원을 넘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법과 제도적 안전망 구축은 요원하기만 하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의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다. 집을 경매로 되팔더라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2020년에 59㎡ 아파트를 7200만원에 계약하고 전세사기로 경매로 넘어갔다“며 “만약 경매에 낙찰되더라도 최우선 변제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700만원뿐”이라고 말했다. 

 

 한 발 늦었지만 정부와 지자체에 뒤늦게라도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사고 접수 5443건 중 29%에 해당하는 1556건이 발생한 인천시에서는 지난 30일 인천 부평구의 한 상가에 피해지원센터를 설치하고 31일부터 관련업무를 개시했다. 앞서 소개한 인천의 미추홀구의 경우 경매가 진행 중인 아파트와 빌라만 1200건에 달할 정도로 전세사기 피해가 극심한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가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예비 임차인의 경우 등기부등본에 대한 꼼꼼한 확인은 물론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항력을 갖춰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모든 임대차 계약 시 보증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저소득층은 정부가 보증보험료를 지원해주며 집주인 사망 시 세입자의 계약해지 의사만 있어도 대위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필요 있다“며 “또 보증보험회사에서 전세금을 우선 받은 후 임대인이 보유한 주택 수와 세금체납액, 과거 전세금 분쟁이력 등을 확인해서 위험 임대인 가능성이 발견된다면 전세금 지급을 보류하는 전세금 에스크로우(Ascrow) 제도 도입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예비 임차인들은 계약할 주택의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등을 열람해 저당권 여부를 파악하고 계약 시 등기부등본 상 소유자가 맞는지 주민등록증과 대조 확인도 필요하다“며 “임대차 계약금과 잔금 등의 대금지금은 반드시 등기부상 실소유자 통장에 입금해야 한다. 또 잔금납입 및 이사 시 확정일자부와 주민등록 이전을 통해 임대차 보증금 반환과 관련된 대항력을 갖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다음주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적정 전세가격과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을 확인해 깡통전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 전세피해 지원센터 추가설치 및 HUG 전세보증보험 제도 개선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 당초 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었던 악성 임대인 명단 내용을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와 신용정보보호법과 상충 문제 등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대로 앱에 해당 기능을 업데이트할 방침이다.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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