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자신이 보유한 빌라 1139채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김모 씨로 인한 피해자 46%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보증금 반환을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빌라왕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빌라왕 사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였다. 설명회에는 피해자 100여 명과 온라인 270여명 등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 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제도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허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사기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 공개까지 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정보 공개와 전세사기 단속 체계 개선을 약속했다.
국토부 집계 결과 빌라왕 김씨의 보유 주택 세입자 중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614명(54%)에 불과했다.
전세보험 가입자 중 보증금이 1억원 이하인 피해자는 54명, 1억∼2억원인 피해자는 191명, 2억∼3억원 181명, 3억원 초과는 14명이다. 2억원 이상 피해자도 195명에 이른다.
전세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가 이를 근거로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빌라왕 김씨가 사망하면서 임대 기간 종료에도 불구하고 ‘계약해지 통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171명이 보증금 반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김씨의 상속인이 정해져야 반환 절차가 진행되는데, 유력 상속인인 김씨 부모가 상속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 중 269명은 임대차 계약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며 김씨 사망 전 대위변제를 통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139명, 대위변제 절차가 김씨 사망으로 중단된 사람은 35명이다.
국토부는 전세보험에 가입한 이들을 대상으로는 보증금 반환 기간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상속인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며 “"임차권등기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이사를 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차권 등기에 필요한 상속대위등기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 피해자들에게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시가 2억원 주택의 경우 등록 면허세 2.96%가 적용돼 약 590만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이 비용은 HUG가 우선 지급한 뒤 청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전세자금대출 만기 연장도 지원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2개월+6개월’로 총 8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피해자들은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다며 우려를 표했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525명을 대상으로는 국토부가 가구당 최대 1억6000만원을 연 1%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살던 곳이 경매가 진행돼 거주처가 없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HUG 강제관리 주택과 LH의 매입임대주택 중 공실을 활용한 긴급 거처를 지원할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비중이 높은 인천에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서울 강서 외에 추가 설치한다.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과 금융, 주거지원 상담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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