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송정은 기자] ‘잘 길들여진 맹수’
기아가 국산 전기차 중 최고 스펙을 지닌 ‘EV6 GT’를 출시하면서 내세운 소개 문구다. 이런 소개와 무척 잘 어울리게 EV6 GT는 최고 속도 시속 260km에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 3.5초라는 강력한 성능을 뽐내며 ‘친환경‘과 ‘고성능’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수월하게 잡아낸 모양새다.
지난 4일 충남 태안군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열린 ‘더 기아(The KIA) EV6 GT’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이 고성능 전기차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약 20여 분 동안 이어진 EV6 GT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끝나고 EV6 GT 시승차량을 보니 화려한 레드컬러와 함께 전용 21인치 고성능 서머 타이어의 형광색 캘리퍼(차 패드를 디스크에 밀착시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유압장치)가 눈에 띄었다. 전체적인 외관은 소문으로만 들었던 괴물 같은 스펙과 달리 도심 드라이브 용으로 손색없는 매끈한 유선형 차체가 반전 매력을 주기 충분했다.

차량 내부에는 좌우로 강하게 흔들리는 터프한 운전 상황에도 운전자의 허리 등 상체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스웨이드 스포츠 비켓 시트’가 적용됐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GT 드라이빙 모드는 스티어링 휠 좌측 하단에 눈에 띄는 형광색 버튼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GT 버튼을 누르면 ‘스포츠’ 모드보다 더욱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만끽할 수 있는 GT 모드로 손쉽게 변환할 수 있다.
기아 자동차는 EV6 GT 미디어 시승회에서 고속 주회로, 드레그 레이스, 젖은노면서킷, 드리프트 체험 등으로 코스를 구성했다.

고속 주회로에서는 EV6 GT의 최고 속력을 가감 없이 체험할 수 있었다. 최대 38도까지 기울어진 4개 차선 중 1∼3차로는 직접 주행하며 직선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풀 가속‘을 체험한 후 기울어진 4차로에서는 숙련받은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서 탑승하는 ‘택시 모드’로 EV6를 즐겼다. 과거 B모 사의 쿠페 차량에서 체험한 시속 300km 가까운 정도의 속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온 몸이 뒤로 쏠리는 짜릿한 최고 속력과 놀랍도록 민첩한 서스펜션을 체감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택시 모드를 함께한 기아의 인스트럭터는 “EV6 GT는 기아의 연구원들이 특히 신경써서 만든 차량”이라며 “그만큼 최고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내는 차량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코스는 기아가 마케팅 포인트로 전면에 내세운 ‘제로백 3.5초’와 드라이빙 게임에서 즐기는 콘 구간을 주행하는 드래그 레이스와 일반 운전자들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드리프트 체험이었다. 드래그 레이스에서 GT 모드로 변경하자 EV6 GT는 실제로 약 650m 구간을 3.5초만에 주파했다. 제동 성능도 인상적이었다. 브레이크를 힘껏 밟지 않아도 충분히 부드러운 제동이 가능했으며, 이는 미숙한 운전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쉽게 경험하기 힘든 드리프트 체험도 가능했다. 타이어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젖은 노면 위에서 바닥에 그려진 원 모양을 따라 차량을 돌리다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차가 빙글빙글 도는 오버스티어(조향능력이 예측한 조향능력보다 과하게 방향 전환)를 유도하는 원리였다. 드리프트는 EV6에서 제공하는 모든 안전장치를 비활성화 시킨 상태로 진행됐으며 상상 이상으로 짜릿하고 안전했다.
이후 마른 노면에서 강력한 드리프트 성능을 선보인 한 드리프트 주행 선수 출신의 인스트럭터는 “EV6 GT가 내는 최고 출력(585마력)은 선수시절 이용한 드리프트 차량보다도 강력”하다며 “누구나 손쉽게 고성능 전기차를 운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EV6 GT는 전후륜 합산 430kW(585마력)의 최고 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기아는 향후 출시하는 전기차에도 고성능 버전 GT 모델을 브랜드화해 운영할 방침이다.
johnny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