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은 옛 말?…금 가격 연일 하락세

한때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던 금값이 최근 들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마침내 17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금(金)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 가속 페달을 밟으며 강달러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가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엔 온스당 국제 금값은 1700달러마저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금값의 하방이 열려있다는 분석과 가격이 충분히 하락한 지금이 저가 매수를 위한 적기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18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이날 기준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684달러로 17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중 최고점 대비 약 18%가량 낮은 수준이다.

 

 금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던 지난 2020년 8월엔 온스당 2028달러를 기록하며 2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악화를 막고자 금리를 낮추며 대대적으로 돈풀기에 나선 그 시기다. 금값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따라 안전자산 수요가 부각되며 올 3월 초에도 잠시나마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금값은 달러의 가치가 급등하자 하염없이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8.77을 기록했다. 전년 말 대비 13.3%나 급등한 수치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가파른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미 달러가 크게 뛴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과거 안전자산으로 거론되던 금을 찾는 수요가 줄었다. 금값은 통상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데,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이에 대해 위험을 피하려는 심리로 금 수요가 높아진다. 반대로 요즘 같이 달러가 급등하면 금값은 떨어진다.

 

 국내 투자자들도 금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KRX금시장의 금 거래량은 764.4㎏로 집계됐다. 한 달 전에 견줘 30.4% 급감했다. 2019년 12월(639.9㎏)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가격이 하락하자 이자나 배당이 없다는 단점도 부각되고 있다. 반면 금과는 달리 최근 국채나 예적금의 금리는 크게 뛰었다. 한 예로 안정성이 높은 미국채(10년물 기준) 금리는 최근 연 3% 중반대까지 올랐다.

 

 향후 금값 전망치가 더욱 하락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분석가 파하드 타릭은 “금 시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 및 미 달러의 급등 모멘텀을 고려하면 금의 현재 공정가치는 온스당 1590달러에서 형성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비관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향후 연준이 긴축 기조를 늦춰 달러의 가치가 하락 전환한다면 금 투자의 매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금값 조정기가 오히려 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적기라고 보는 분석도 나온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전무는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한 투자를 한다면 금을 통한 차익 실현은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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