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체 늦춰 금융사기 막자”…오픈뱅킹 지연이체제도 은행권 확산하나

신한·하나銀 오픈뱅킹 12시간 이체 제한 제도 도입
일부 불편 감수하더라도 보이스피싱 악용 방지 효과
범 금융권 오픈뱅킹 이체지연제도 도입 가능성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은행권에서 오픈뱅킹을 통한 이체 시 일정 시간 송금을 지연시키는 제도를 도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오픈뱅킹의 편리함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다.

 

현재 시중은행 두 곳에서 이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인데, 금융사기 방지 대책 차원에서 금융당국과 은행권 및 오픈뱅킹 인프라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이 협업해 지연이체제도를 공동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오픈뱅킹은 은행이나 핀테크사 등 참여기관의 앱 하나로 모든 금융사 계좌를 조회하고 거래할 수 있는 제도로 2019년 12월 18일 전면시행됐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6월 1일부터 만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12시간 이체제한’ 조처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타금융회사 오픈뱅킹에서 출금계좌로 최초 등록된 신한은행 계좌에 대해 12시간 동안 오픈뱅킹을 통한 이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니터링만으로 탐지가 어려웠던 타금융회사 오픈뱅킹을 이용한 범죄에 대해 대처가 가능해졌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2일부터 ‘오픈뱅킹 12시간 이체 제한 제도’를 도입했다. 다른 금융회사에서 오픈뱅킹 가입 후 하나은행 계좌를 출금계좌로 등록 시, 등록 시점부터 12시간 동안 해당 계좌의 오픈뱅킹을 통한 이체가 제한된다. 등록 후 12시간이 경과하면 이체 제한은 자동으로 풀린다. 대상은 만 48세 이상 개인 및 개인사업자 금융소비자다. 오픈뱅킹이 아닌 하나은행 및 금융회사의 전자금융을 통한 일반 계좌이체는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픈뱅킹 지연이체제도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금융위원회와 금결원, 은행권은 공동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차원에서 오픈뱅킹 참여기관를 대상으로 지연이체 도입 및 이용한도 하향조정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이체 시간을 늦춰 금융범죄를 막으려는 시도는 오픈뱅킹 도입 이전인 2015년에 이미 도입됐다. 지난 2015년 4월 신설된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9조2에 따르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전자자금이체의 지급 효력이 발생하기를 원하는 이용자가 컴퓨터, 전화기 또는 전자적 장치를 통해 지연이체가 되는 거래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행별, 이용자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통상 지연이체 시간은 3시간 또는 5시간으로 별도 지정할 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오픈뱅킹에 대해선 이러한 지연이체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한편 오픈뱅킹 지연이체제도 대신 의심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식의 대책을 마련한 은행도 있다. 이체를 늦추는 게 금융사기를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이러한 장점에 비해 이용자의 편의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한 예로 NH농협은행은 기업지디털플랫폼부와 IT금융부를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오픈뱅킹 거래 제한 의심계좌 모니터링 모형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타 기관 오픈뱅킹에 농협은행 계좌를 최초 출금 등록한 후 100만원 이상 거래하거나 3회 이상 연속 거래 시 이를 이상 거래로 검출해내는 방식이다. 의심스러운 이체 시도가 있다면 실제 고객과 확인 절차를 취한 후 이체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만 60세 이상 고객의 계좌에 이 같은 방침이 적용된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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