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전반에 걸쳐 ‘레트로(retro)’ 붐이 일고 있다. 과거 인기 있던 상품들이 재출시되는 것은 물론 캐릭터, 문화, 놀이,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마케팅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80~9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3040세대가 소비의 중심이 되고, MZ세대에겐 새로움으로 통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예문화계에서도 시티팝과 디스코 트렌드가 부활하는 추세다. 이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산업계 전반의 레트로 현상과 그 확산성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
■ “추억을 팝니다”…돌고도는 ‘레트로’ 마케팅 후끈
글 싣는 순서
(上)유통업계 레트로 열풍...포켓몬빵에서 88담배까지
(中)“도토리·달고나 기억나니?”…문화 콘텐츠로 번지는 '복고' 열풍
(下) 연예계에 부는 영 레트로 바람

[김진희 기자] 유통업계 레트로 열풍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단종됐던 제품이 재출시 되는가 하면 과거의 인기 캐릭터, 패키지를 활용한 마케팅도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거 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30·40세대에겐 당시를 추억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Z세대로 대변되는 10·20세대에겐 신선함을 주기 때문에 레트로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포켓몬빵’을 재출시한 SPC삼립이 ‘추억 소환 마케팅’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포켓몬빵’은 앞선 1998년 처음 출시돼 전국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상품이다. 특히 빵에 동봉된 ‘띠부띠부씰(뗐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수집 열풍이 일며 당시 월 평균 500만개가 팔려나가는 등 메가 히트를 쳤다.
SPC삼립은 지난 2월 ‘돌아온 포켓몬빵’ 시리즈를 새롭게 출시, 제2의 포켓몬빵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어린 시절을 추억하려는 30·40 직장인들까지 나서 포켓몬빵을 구입에 열을 올리면서 포켓몬빵 품귀 현상은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잦은 문의로 ‘포켓몬빵 없음’ 안내를 붙인 편의점이 수 곳이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빵에 웃돈을 붙여 거래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마켓컬리가 매일 밤 11시즈음 포켓몬빵을 한정 판매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엔 순식간에 품절되는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공략집’도 등장하는 식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포켓몬빵은 지난 2월 출시 이후 하루 평균 30만봉 이상이 완판, 현재 4400만봉 가량의 누적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포켓몬빵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GS25와 게임사 넥슨의 컬래버 상품 ‘메이크플스토리 빵’, CU와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빵’ 등이 출시돼 완판 행렬에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빵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던 레트로 열풍에 딱 맞아떨어지는 아이템”이라며 “어린 시절과 달리 이제 경제력을 갖춘 30∼40대가 열광하며 구입하고 있고, Z세대 사이에서도 인기인 만큼 당분간 품귀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레트로에 ‘새롭다(New)’는 의미를 더한 ‘뉴트로(New-tro)’ 마케팅도 급부상했다. KT&G는 80~90년대 인기를 끌었던 ‘88’ 담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88 리턴즈’를 지난해 선보였다. 단종 10년만의 재출시였음에도, CVS 기준 출시 첫 주 47만갑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
‘88’ 담배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1987년 출시된 제품이다. 브랜드명 ‘88’은 대국민 공모와 심사를 거쳐 탄생됐다. 이에 KT&G는 ‘88’ 고유의 특성인 담배 본연의 맛은 유지하고, 패키지는 ‘88’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했다. 제품의 상징인 하늘색을 패키지 색상으로 정했고, 당시 심볼이었던 국보 1호 숭례문을 삽입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더하되 편의성은 강화하기 위해 하드 케이스를 적용했다.

팔도는 ‘소풍 필수품’으로 불리던 과일향 탄산음료 ‘뿌요소다’를 24년만에 다시 선보였다. 1998년 출시 당시 업계 최초로 245㎖의 소형 페트병에 담아 인기를 끌었던 뿌요소다는 당 함량과 열량을 낮춰 새롭게 탄생했다. 오리온 역시 바삭한 식감과 단짠맛이 특징인 과자 ‘와클’을 15년만에 재출시했다.
재출시 외에 레트로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 더현대 서울에서 ‘월리 행복 걷기 챌린지 행사’를 진행했다. 1987년 출간된 그림책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 캐릭터를 활용한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해태제과는 지난 3월 고객의 취향과 요구를 적극 반영한 ‘모디슈머’ 레트로 제품 ‘홈런볼 커스타드 크림’을 선보였다. 자체 고객 조사 결과 ‘가장 먹고 싶은 홈런볼’로 선정된 맛을 제품화한 것으로, 1981년 첫 출시된 패키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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