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30% 뚝’…금리인상 수혜 못 받는 금융주

연고점 대비 하락폭 30% 달해
NIM 상승 불구 경기 악화 따른 충당금 부담↑
증권 계열사 실적 기여도도 감소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금융주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가져올 거란 우려가 커진 데다 은행을 향해 대출이자를 낮추라는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력도 악재로 작용했다. 신한지주를 제외한 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연고점 대비 하락폭이 30%에 이른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4만6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11일 연중 최고치(6만5800원) 대비 28.7%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지난 4일 종가는 각각 3만8350원, 1만1650원으로 연고점 대비 26.8%, 28.1% 낮은 수준이다. 지난 4일 신한지주는 연고점 대비 13.8% 내린 3만7250원에 마감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은행 비중이 가장 큰 금융주로선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따른 수혜를 입는 게 일반적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은행업종의 올 2분기 NIM 개선폭은 약 7~8bp로 1분기(약 5% 안팎)보다도 더 크다. 실제로 은행 영업의 기초가 되는 대출금리도 오름세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4.14%까지 상승했다. 이는 2014년 1월(4.15%) 이후 8년여만에 최고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고물가 지속, 각국 중앙은행의 고강도 긴축 등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및 가계 및 기업의 건전성 악화 우려가 금융주의 주가를 짓누른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로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금융주의 실적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경기침체에 대비한 추가 충당금 적립으로 이자이익 증가분이 그대로 순이익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은행들은 가능한 적립 규모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가계대출도 녹록지 않다. 부동산 매수심리 악화,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올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10조가량 줄어들었다. 이 밖에 증시 부진으로 거래대금이 2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증권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는 지난해에 견줘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추구’에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점도 주가 부진의 이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은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잔액 기준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37%포인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추세적인 반등은 제한적이고 코스피 대비 초과 상승세로 전환하는 것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수준의 낙폭이 과도하다는 진단도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은행 주가는 경기 하강을 고려한다고 해도 호실적을 감안하면 절대적인 저평가 구간”이라면서 “NIM 상승과 자산 증대를 통한 이자이익 증가로 전체실적이 견조한 점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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