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기자] 2년여간의 코로나 팬데믹은 IT업계의 일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거리두기 확산 기조와 IT업계 특유의 기술력이 만나 본격적인 재택근무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업계의 심각한 인력난이 맞물리며 직원 복지 차원의 근무 제도를 선보이는 곳도 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기업을 중심으로 일과 휴식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근무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국내 대표 IT 플랫폼인 네이버는 유연한 근무환경을 보장하는 제도를 대대적으로 도입하며 업계 반향을 일으켰다. 7월부터 시작되는 ‘커넥티드 워크’ 근무제가 대표적이다. 주 3회 이상 사무실을 출근하는 ‘타입O’와 주 5일 원격근무하는 ‘타입R’로 나눠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이때 타입R을 선택했더라도 필요하다면 회사로 출근, 공용좌석에서 근무할 수 있다. 타입O 선택자의 경우 주 당 사무실 출근 횟수를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네이버 측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복지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전 직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굉장히 세분화된 항목의 설문조사를 진행했었고, 이를 토대로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입O와 타입R의 신청률은 각각 45%, 55%를 기록하며, 직원들의 니즈를 잘 파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워케이션’ 도입도 결정했다.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산·해변 등 휴양지에 머물며 근무하는 형태다. 네이버는 다음 달부터 일본 도쿄, 강원 춘천 등 국내외 거점 도시에서 이를 진행한다. 신청 직원 중 매주 10명을 추첨해 최대 4박5일간 워케이션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플러스는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원격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7월부터 자사의 원격 근무 지역을 한국 시각 기준 시차 4시간 이내 해외로 확대함에 따라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일본·대만·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몰디브·괌·뉴질랜드·사이판·호주 등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해졌다. 해외 원격근무는 최장 90일까지 가능하다.
네이버와 함께 IT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카카오도 7월부터 원격근무제에 돌입한다.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예컨대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신 집 근처 카페에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식이다. 별개로 다음 달 8일부터 격주 놀금(금요일 휴무) 제도를 병행, 격주로 주 4일 근무가 시행된다.
다만 상시 음성채팅 연결, 주 1회 대면회의 등 ‘과도한 감시’ 논란이 일던 세세한 가이드라인 조항은 당초 ‘의무’에서 ‘권장’으로 수정됐다. 또한 자유롭게 일하되 무조건 근무해야 하는 ‘집중근무시간’도 오후 1~5시에서 오후2~5시로 1시간 단축됐다.
네이버, 카카오 외에도 IT기업들의 근무 문화는 빠른 속도로 변화 중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은 지난해 2월 전면 원격근무를 도입한데 이어 자체 개발한 가상 업무공간인 ‘메타폴리스’를 통해 클라우드 워킹을 운영 중이다.
숙박 플랫폼업체 야놀자는 지난해 10월 강원도 평창에서 워케이션을 시작했으며, 올해 5월 강원 동해와 전남 여수에서 2주간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추가 진행했다.
소셜 커머스 티몬은 제주·남해·부산 세 곳에서 ‘더 휴일’로 이름 붙인 워케이션을 운영 중이고, 원격 회의 시스템 전문기업인 알서포트는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위해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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