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이번 출장은 오는 18일까지 약 열흘간이며,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에 이뤄진 해외 현장 경영이다. 현재 ‘부당합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이 경영상 필요한 출장이라는 점을 법원에 설명했고, 이에 법원은 검찰의 동의를 확인한 후 두 차례 불출석 재판을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이 경영상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분기별 최고실적을 기록할 만큼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만83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일 6만6800원으로 14.7% 하락했다. 삼성전자의 부진과 함께 삼성SDI,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전기도 모두 감소했다. 이에 삼성그룹의 시가 총액은 지난해 12월30일 기준으로 불과 약 5개월 만에 88조원 가량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올해 국내 증시의 약세가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관련해 소재 수출 규제, 공급망 불안, 경쟁사와의 치열한 경쟁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분야 부사장 10여 명을 포함한 20여 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등 위기 타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출장도 이와 깊이 연결돼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을 위해 네덜란드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UV 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는 ASML 임원진들을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 후 뤼터 총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반도체를 포함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논했다.
대형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도 감돈다. 네덜란드에는 그동안 M&A 유력 후보로 거론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가 있다. 지난달 3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한종희 부회장도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M&A 관련 질문에 “그렇게 보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에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 독일 '인피니온' 등도 M&A 유력 후보군인 만큼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 방문 가능성도 열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임원 인사,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강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며 “이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써 위기감을 인지했다는 의미로, 향후 대대적인 변화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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