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오현승 기자] 20년 넘게 지역 연고 은행이 없는 충청권에서 지방은행 설립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방은행 신설에 따른 지역 경제활성화, 지역 자금 역외유출 우려 해소 등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는 반면, 경쟁력 확보방안, 자본금 마련 등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충남도에 따르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청남도 범도민 추진단(범도민 추진단)’은 지난달 25일 발족식을 갖고 활동에 돌입했다. 범도민 추진단은 도내 경제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대학 총장, 유관 기관·단체 대표, 시·군 단위 대표 등 680명과 국회의원, 전·현직 금융인 등 20명의 자문단으로 구성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원성수 공주대 총장이 공동단장을 맡았다.
과거 충청권 내 지방은행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IMF 사태’ 후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1998년 6월 충청은행, 1999년 4월 충북은행이 각각 하나은행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흡수)에 합병됐다. 이후 충청권엔 20년 넘게 지방은행이 없다.
충남도는 ▲지역 금융경제 낙후 ▲지역 자금 역외유출 ▲금융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금융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도내 지방은행을 새로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충남도의 지역 내 총생산은 114조원으로 비수도권 1위, 1인당 지역총소득은 4128만7000원으로 광역도 기준 1위다. 하지만 충남의 역외유출액은 2019년 기준 23조5958억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다.
양승조 지사는 “지역의 부(富) 유출 최소화와 금융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대표공약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관심을 끈다.
문제는 시중은행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영업력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 지방은행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다.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도 지방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도권 진출, 디지털 경쟁력 확대 및 동남아시아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금 마련도 숙제다. 최근 충남 홍성·예산군을 지역구로 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홍 의원의 은행법 개정안은 지방은행 설립 때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규모를 자본금의 15%로 묶은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홍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정부나 예금보험공사와 마찬가지로 지자체도 은행의 주식보유한도 규정의 예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지방은행 설립 및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과거 제때 자본금 수혈이 이뤄지지 않아 한시적으로 대출을 중단했던 케이뱅크의 사례를 보면 출범 초기 1조원 규모의 자본금은 갖춰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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