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명품”… 키즈 시장에 ‘럭셔리’ 뜬다

MZ세대, 자녀에 과감히 투자
백화점업계, VIB 마케팅 활발
신세계 ‘베이비디올’ 인기폭발
600만원대 고가 유모차 ‘불티’
롯데·현백도 브랜드 입점 확대

[정희원 기자] “신강(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베이비 디올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의 운동화를 사주고 싶어 찾았는데, 웨이팅이 생각보다 길어서 놀랐습니다.”

 

베이비·키즈 시장에서도 럭셔리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1980~2000년대 초에 태어난 MZ세대가 부모가 되고,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에 아이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골드키즈족’도 급부상하고 있다.

 

할머니·할아버지·이모·삼촌 할 것 없이 손주·조카에게 좋은 것만 주려는 ‘텐 포켓 현상’도 키즈 명품시장을 키우는 요소다. 딱 10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초등학생 손녀에게 ‘몽클레어 패딩’을 입혔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던 것과 대조된다.

 

4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패션 시장 규모가 7.5% 증가한 것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백화점 업계는 이같은 현상에 신사업과 ‘베리 임포턴트 베이비(VIB)’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아동 명품 수요가 커지자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을 들이거나 강화하고, 관련 전문관 파이를 키우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백화점 3사의 유아동 품목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이 19.1%로 가장 컸다. 이어 현대백화점 18.2%, 롯데백화점은 17.6% 순이다. 럭셔리 아동 분야는 특히 강세다. 

베이비디올 의류를 착용한 아동 모델과 오블리크 유모차. 사진=디올 홈페이지

올 상반기 MZ세대 부모가 주목한 곳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들어선 ‘베이비 디올’이다. 영유아부터 14세 청소년까지를 타깃으로 의류·신발·라이프스타일 제품 등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티셔츠·원피스는 20만~40만원대, 아우터는 100만~200만원 선으로 성인 브랜드보다 조금 낮은 편이다. 특유의 디올 로고가 시그니처인 ‘오블리크 유모차’는 600만원대로 고가이지만,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다.

신세계 강남에 론칭한 베이비 디올 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베이비 디올은 약 20년 전 압구정 갤러리아에 문을 열었지만, 당시 아이들에게 명품을 입히려는 수요가 크지 않아 철수한 바 있다. 지금은 인식이 완전히 달라져 다시 신세계 강남점으로 귀환했다. 이는 지난해 신세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함한 수입 아동 매출이 전년에 비해 32.4% 성장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강남점에 이어 이달 안에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베이비 디올을 론칭한다.

 

조인영 신세계백화점 라이프스타일담당 전무는 “MZ세대 부모 고객이 선호하는 프리미엄 아동복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베이비 디올 매장을 단독으로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수요에 맞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지방시의 아동복 라인 지방시 키즈도 신세계 강남점에 새로 들어선다. 특히 지방시 성인 컬렉션을 재해석한 미니미(Mini-Me) 라인으로 키즈 및 패밀리룩 스타일을 선보인다. 성인 컬렉션과 동일한 패턴과 그래픽 요소가 담겨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기 좋은 패밀리 룩을 즐기도록 하기 위함이다. 신세계 강남점 지방시 키즈에서만 단독으로 선보이는 익스클루시브 제품도 갖췄다.

신세계 강남에 들어선 지방시 키즈 매장. 사진=지방시 키즈

지방시 키즈 관계자는 “최근 소비로 개성을 표현하는 MZ세대 부모가 늘면서 프리미엄 아동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신규 매장에서만 선보이는 신규 라인을 비롯해 특별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동탄점에 명품 아동복 편집숍 ‘퀴이퀴이’를 론칭했다. 이곳에는 ‘발렌시아가키즈’를 필두로 ‘끌로에키즈’, ‘오프화이트 키즈’ 등이 입점했다. 대세 브랜드인 ‘마르지엘라’의 키즈 매장도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선 처음 들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 지하 2층을 리뉴얼, 명품 아동 브랜드 분야를 더 강화했다. 펜디키즈, 이번에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지방시키즈, 겨울 아동복의 스테디 브랜드로 자리잡은 몽클레르앙팡 등이 눈에 띈다. 더현대 서울에도 5층 중심부에 키즈 전문 편집매장인 ‘스튜디오 쁘띠’가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입히려는 수요가 큰 편”이라며 “‘아이들은 금방 자라니 아깝다’는 반응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고 거래·리셀 시장이 커져 상대적으로 구매 부담이 줄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당분간 럭셔리 키즈 브랜드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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