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효자된 ‘아파텔’… ‘묻지마 투자’ 우려 확산

브랜드 선호 현상 뚜렷… 10대 건설사 청약경쟁률 3.5배 높아
대형사 자본력 탄탄해 리스크 부담↓… 환금성 낮아 주의해야

경기도 하남시 주거용 오피스텔 밀집 지역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주거용 오피스텔, 속칭 ‘아파텔(아파트+오피스텔)’의 청약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아파트의 대체제로 오피스텔이 각광을 받으면서 건설사간 브랜드 전쟁도 심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시장에서 브랜드 오피스텔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기준 10대 건설사의 오피스텔은 다른 중견 건설사의 오피스텔보다 청약 경쟁률이 3.5배가량 높았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 국내 10대 건설사는 21곳에서 오피스텔 1만773실을 공급했다. 여기에 몰린 청약통장은 32만1542건으로 평균 2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견 건설사는 38곳에서 1만4931을 공급했다. 접수된 청약통장은 12만6818건으로, 청약경쟁률은 평균 8.5대 1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처럼 오피스텔도 대형 건설사와 중견·중소 건설사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이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동 일대에 공급하는 ‘송도 아메리칸타운 더샵’은 전체 661호실 모집에 총 6만 2244건이 접수돼 평균 약 9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파주에서도 오피스텔이 인기다. 현대건설이 경기도 파주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더운정’은 2669실 모집에 2만7027건이 몰려 평균 1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청약 집계를 시작한 2015년 이후 파주시 최고 경쟁률이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오피스텔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안정성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분양보증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제도적으로 계약자를 보호할 장치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분양사기 등 불법 행위나 공실 리스크 등을 온전히 실수요자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대형 건설사의 경우 자본력이 탄탄하고, 대부분 입지가 나쁘지 않은 곳에 오피스텔이 물량이 공급돼 공실 리스크도 덜하므로 인기가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오피스텔의 인기 요인이다.

 

가점을 따지지 않는 100% 추첨제로 청약을 접수하고 청약통장, 주택 소유 여부, 거주지 제한 규정 등을 따지지 않는다. 또 자금조달계획서가 필요 없고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주택 담보인정비율(LTV)도 최대 70%까지 적용된다. 이 같은 이유로 초기 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 20~30대 젊은층에서 오피스텔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내년부터 적용되는 대출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 막차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에서 분양될 예정인 오피스텔 물량은 9030실인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2억원 이상, 내년 7월부터는 1억원 이상 대출을 받은 이들에게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오피스텔 등 비주택 담보대출도 해당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오피스텔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져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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