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에 치인 중개업계, ‘반값 복비’ 이중고

중개수수료 절반 수준… 공인중개사협회 법적 대응 예고
직방 등 중개업 진출로 위기감↑… 실수요자들 "적극 찬성"

서울시내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늘어선 상가.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부동산 중개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온라인 중개 플랫폼으로 무장한 프롭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보수를 절반까지 낮춘 ‘반값 복비’ 개정안까지 전격 시행되면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9일부터 10억원 주택을 매매할 경우 중개 수수료 상한이 기존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같은 금액의 임대차 거래는 8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이 공포와 함께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새 시행규칙은 6억원 이상 매매와 3억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요율(이하 요율)을 인하한 것이 골자다. 매매는 9억원 이상, 임대는 6억원 이상 구간 요율을 세분화했다. 매매의 경우 6억~9억원 구간 요율은 기존 0.5%에서 0.4%로 0.1%포인트 낮아졌고 9억~12억원은 0.5%, 12억~15억원은 0.6%, 15억원 이상은 0.7%의 요율이 적용된다.

 

임대의 경우 3억~6억원은 수수료율이 0.4%에서 0.3%로 인하됐고 6억~12억원은 0.4%, 12억~15억원은 0.5%, 15억원 이상은 0.6%의 요율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9억원짜리 주택 매매 시 중개 수수료 상한은 81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6억원 전세 거래 수수료는 48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이 같은 중개보수 개편안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 등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협회는 2015년에도 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 중개보수 상한 요율 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는데, 당시에는 합헌 결정이 나왔다.

 

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가 대폭 강화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개사가 매물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과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확인설명 범위가 기존엔 벽면 균열 등이었는데 앞으로는 바닥면 균열, 보일러 사용연한 등까지 포함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바닥의 경우 가구를 치우고 장판이나 타일 등을 뜯어내 보여줘야 하는데 매도자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책임을 중개인에게 과도하게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중개업계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을 갖춘 직방, 다방 등 프롭테크 기업들의 영역 확장으로 수세에 몰려왔다. 중개플랫폼인 다원중개는 ‘중개보수 반값’를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 기존 중개업자들의 반발을 야기했다. 그런 와중에 정부 차원에서 ‘반값 복비’를 공식화하자 집단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반면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구모 씨(35)는 “그동안 중개업자는 단순히 매물을 보여주고 계약서 작성을 보조하는 역할만 했음에도 과도하게 많은 수수료를 받아왔다”며 “그마저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세 사기 등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는데, 이번 중개보수 인하 정책이 중개업계가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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