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빚 부담 가중 현실화…주담대 금리 5% 육박

당국의 강력한 대출규제에 기준금리 인상 겹쳐
저신용· 다중 채무자 부담 더욱 커질 듯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부채 총량 규제를 이어가면서 대출받기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부터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이르기까지 금융권 전반에서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 증가율 관리 차원에선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인 데다 시장금리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대출자들의 빚 상환 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 말 대비 6%로 묶기 위해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펴고 있다. 실수요로 분류되지 않는 대출은 취급 자체를 막겠다는 태세다. 때문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대부분의 가계대출은 대출한도가 크게 쪼그라들거나 취급이 중단됐다. 주요 은행들이 ‘연 소득 범위 이내’ 에서만 신용대출을 취급하거나, 전세가격이 증액된 만큼만 전세대출을 빌려주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분간 이 같은 ‘대출 빙하기’가 장기화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조기에 강화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DSR은 대출 심사 때 개인의 모든 대출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현재 은행 기준으론 규제지역 내 개인별 DSR 40% 규제가 적용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껑충 뛰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 18일부터 적용한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 기준)는 연 3.031∼4.67% 수준이다. 이는 8월 말(연 2.62∼4.19%)에 견줘 0.411%~0.48%포인트 높은 수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2.61~2.85%다. 1년 새 주담대 금리는 최대 1.82%포인트 올랐다. 실제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16%로 한 달 전보다 0.14%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시장이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출금리가 더 뛸 공산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에 여러 상황을 보고 그 상황이 지금 금통위가 보고 있는 상황과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다수 위원의 견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차주들의 빚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지난해 말 대비 5조 8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 271만 원에서 301만 원으로 30만 원 늘어난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출의 질이 상대적으로 나쁜 다중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한 대출 증가율을 지키려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높여 대출을 덜 받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실수요자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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