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 된 30대… 패닉바잉 왜 안 잡히나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박정환 기자] 30대의 아파트 ‘패닉바잉(공황매수)’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 집값과 전셋값이 잡히지 않으면서 ‘영끌’로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30대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3일 국토연구원의 ‘주택구매소비자의 의사결정구조와 주택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층은 실제로는 위험자산에 속하지만 체감상 안전하다고 느끼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자산 구성에서 무위험자산(안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다. 미국(24.9%), 영국(31%), 호주(32.9%), 네덜란드(38.1%) 등에 비해 낮은 수치다. 안전자산이란 변동성이 적고 미래 수익률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자산으로 은행예금, 국공채 등이 해당된다. 반면 수익률을 예측할 수 없는 주식 등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부동산의 경우 시장 불안정의 가능성이 있어 위험자산으로 볼 수 있지만 현재 국내에선 집값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져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내의 경우 가계 자산의 60~70%가 부동산인 게 특징이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30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위험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 아파트 매수에 가장 적극적이다. 반면 50대는 가장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한 성향을 띤다. 특이한 것은 은퇴세대인 60대의 경우 오히려 40~50대보다 공격적인 투자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퇴 이후 더욱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하고 향후 증여나 상속을 통한 자산이전과 자녀 세대의 자산증식에 기여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과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겹치면서 30대의 아파트 매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4240건 중 30대가 1491건(35.2%)으로 가장 많았고 40대(1092건), 50대(598건), 60대(359건), 70대 이상(261건), 20대 이하(233건) 순이었다.

 

 30대 거래 비중은 올해 1월 39.6%로 부동산원이 연령별 통계를 발표한 201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이후 2월 35.9%, 3월 36.1%, 4월 34.1%, 5월 36.7%, 6월 35.2% 등 34~37%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대문구(52.2%)와 성북구(51.0%), 강서구(50.6%) 등 3개 자치구에서 30대 이하의 거래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서초구의 경우 30대 이하의 매수 비중이 각각 29.9%, 28.4%로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과 비교적 출퇴근이 쉬운 도심에서 30대 이하의 내 집 마련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아파트값이 강남 등의 초고가 아파트들과 키 맞추기를 하며 계속 오르고 있어 30대 추격 매수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소득수준이 높은 맞벌이 부부처럼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의 특별공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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