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르는 철근 값… 건설사 ‘위기론’ 솔솔

수요 폭증, 코로나 확진 공장 중단… 철강 매점매석까지
중견·중소 건설사 직격탄… 아파트 분양가 상승 우려도

서울 영등포구 한 건설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철근 가격이 또다시 치솟으면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 수급이 부족해 공사가 지연되면 고정비용이 늘어 시공사가 적잖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기본형 건축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올라 주택 구입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근의 유통 가격은 한 주 만에 10만원이나 오르며 톤당 121만원에 이르렀다. 한 달 전보다 17만원 상승한 금액으로, 작년보다는 85%나 가격이 뛰었다.

 

이는 건설 비수기인 7월 장마철이 예상보다 짧아지면서 철근 수요가 폭증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등으로 현대제철 등 주요 제강사의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된 데 따른 결과다. 이에 더해 중국이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철강 생산량을 감축하고 수출 체제를 시행하는 데다 일부 시장에서 철강 매점매석이 이뤄지면서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졌다. 결과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철근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견·중소 건설사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보통 제강사와 도매로 직거래를 하고 연간으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철근 값이 오른다고 해서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중소 건설사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대형 건설사와 달리 제강사 직거래가 아닌 유통 대리점을 통해 철근을 조달한다. 문제는 유통 대리점들이 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탓에 시장에 철근 물량을 충분히 풀지 않으면서 돈이 있어도 자재를 구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자재 부족은 곧 공사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파동이 본격화했던 지난 3~4월 건설자재 수급 불안으로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총 59곳으로, 이 중 철강재 부족으로 인해 중단된 곳은 43곳에 달했다.

 

철근 가격 상승은 건설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이 실수요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우려도 있다. 아파트의 경우 전체 공사 비용에서 철근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이다. 1000억원 규모 공사에서 철근 값이 두 배 오르면 50억원의 추가 비용을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부담 분은 기본형 건축비에 반영된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주택의 분양가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3월과 9월, 1년에 두 차례 국토교통부가 고시한다.

 

현행 공급면적(3.3㎡)당 건축비 상한액은 653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0.87% 올랐다. 여기에 택지비와 택지·건축비 가산비 등을 더해 분양가가 결정된다. 즉 철근 등 자재 가격이 비싸질수록 분양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 수급난의 여파가 아직 실제 건설현장이나 분양시장에 명확히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과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자재 값이 크게 올라 빠르면 하반기, 늦어도 내년 하반기엔 기본형 건축비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7월 중순 이후부터 철근 수급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경고했지만 미온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철근 유통 활성화와 사재기 등 시장교란행위 단속을 위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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