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탓 공사 지연·비용 증가… 난감한 건설사들

배상금·브랜드 이미지 타격 부담… 현장선 대책 ‘유명무실’ 지적도

무더위 시간대 냉방시설이 구비된 휴게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 현장 근로자들  사진=반도건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연이은 폭염으로 공사 현장 내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탄력 근무제 운영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공사 지연과 이에 따른 사업비 증가, 브랜드 이미지 하락에 대한 부담감 탓에 폭염 관련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은 여름철 폭염 피해에 가장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푹푹 찌는 날씨에도 안전을 위해 안전모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데다 외부작업 시간이 길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 156명 중 76명이 건설현장 노동자였다.

 

이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는 ‘폭염대비 노동자 긴급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무더위가 가장 심한 시간대인 오후 2~5시에 전국 건설현장의 공사를 중지하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대책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 조치에 발맞춰 폭염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온도가 35~37도 이상이면 작업을 중지하고 온도에 따라 시간 당 10~15분가량의 추가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또 쌍용건설은 현장 보건안전 관리자가 낮 시간대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얼음물, 식염포도당, 쿨스카프, 아이스조끼 등을 지급하는 ‘워터보이’를 운영 중이다.

 

반도건설은 아이스조끼·햇빛가리개 외에 삼계탕·수박 등 특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부영그룹은 그늘막·차양막 등 근로자 휴게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샤워실·탈의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중 중대산업재해 직업성 질병에 열사병이 포함됨에 따라 건설사들이 예방적 차원에서 폭염 대책 수립에 더욱 공을 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더위를 피해 작업 시간을 조정할 경우 공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정부가 재량권을 갖고 어느 정도 사업을 통제할 수 있지만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민간 재개발·재건축 공사의 경우 공기 마감을 늦추기가 어렵다”며 “공사 지연으로 입주가 늦어지면 시공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입주 지체에 따른 지연배상금 지급해야 하는 등 공사비가 더욱 늘어나고, 건설사와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기간을 맞추려면 추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결국 그것도 돈”이라며 “근로자 보호를 위한 대책에 더해 건설사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구제책도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의 폭염 방지 대책이 실제 현장에선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건설노동자 14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5.9%는 현장에서 시원한 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75.8%는 냉난방기가 설치된 온전한 휴게실에서 쉬는 때가 없거나, 휴게실이 멀리 있어서 가기 힘들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폭염특보 발령 시 규칙적인 휴식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는 22.8%, 폭염으로 작업이 단축되거나 조정 또는 중단된 적이 있다는 답변은 23.8%에 그쳤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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