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외면한 외인, 2차 전지 쓸어담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매도…SKIET·삼성SDI 등 연일 매수

현대자동차가 제주도에서 ‘전기차 체험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사진=현대차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이번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도체 대신 ‘2차전지’ 관련주를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2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3조403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매도 규모는 70%에 가깝다. 

 

반면 2차전지 관련주는 연일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외국인들은 약 2729억원에 달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는 2828억원, LG화학은 2895억원을 사들였다. 

 

2차전지 관련주인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천보 등 주식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5위 중 SK텔레콤(5위)을 빼면 모두 2차전지 종목이다.

 

실제로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이달 초까지만해도 18만원대를 기록했지만 지난 26일 최고점인 24만9000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22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각국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관련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하자, 2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 1억4500만대의 전기차가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00만대의 13배 규모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부터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삼성SDI 등 국내 기업이 배터리를 납품하는 고객사다.

 

2차전지 관련주인 LG화학은 소재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파우치·원통형 NCMA 양산으로 소재 기술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한 달간 국내 2차전지 종목에 한해 차별적으로 순매수하면서 2차전지 종목군이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적 성장이 부각돼 소재 업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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